[뉴스 더 읽기] 신고리 5·6호기의 운명

입력 2017-10-19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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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에너지 수급…탈원전 정책, 시민 공론의 선택은

신고리 원전 5·6호기의 건설 중단 여부가 20일 결정된다. 문재인 정부는 대선 공약인 탈원전 정책에 따라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중단을 검토했다.

그러나 탈원전에 대한 찬반 여론이 충돌하자, 정부는 공론화를 통해 결정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민간인으로 구성된 공론화위원회는 3개월 동안 2만여 명을 대상으로 한 1차 전화 조사에 이어 478명의 시민참여단을 구성, 동영상 강의와 토론을 거쳐 4차 조사까지 마친 상태이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1∼4차 조사 결과를 분석해 정부 권고안을 작성 중이다. 공론화위원회가 20일 어떤 결과를 발표하든지 간에 원전 찬반양론이 치열한 만큼 후유증이 우려된다. 논란이 되고 있는 탈원전 문제를 알아보자.

질문 ①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논란 왜

2011년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폭발 사고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국민들의 원전 불안이 확산됐다. 특히 30년 이상 노후화한 원전이 있는 경남 지역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원전 폐쇄 요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방사능 폐기물 처리 논란도 국민의 불안을 키웠다. 원전, 병원 등 방사능 시설에서 사용한 장갑이나 부품에는 방사성물질이 함유돼 있다. 방사능 함유량 정도에 따라 고준위, 중저준위 폐기물로 나뉘는데, 이를 드럼통에 밀봉해 영구 저장하는 곳이 방폐장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경주 월성에 중저준위 폐기물을 보관하는 방폐장이 1곳 있다. 그러나 고준위 방폐장은 건설 반대에 부딪혀 1만5000톤가량의 폐연료봉을 각 원전 내에 분산 보관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의 원전 불안이 커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탈원전 정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대선 공약대로 사용기한이 다한 노후 원전 고리 1호기를 폐쇄하고 신고리 5·6호기의 건설을 중단하려 했지만, 원자력 단체의 반발에 부딪혔다. 정부는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겠다며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건설 중단 여부 판단을 요청한 것이다.

질문 ② 탈원전으로 인해 전기 공급에 문제는 없을까

전기 수급 문제는 변수가 많아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 원전이 없더라도 수력, 화력, 신재생(태양열, 풍력 등) 등 대체 수단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를 적게 사용하도록 하는 절전기술과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ESS(에너지저장장치) 기술 등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전기생산량이 줄어도 문제는 없다. 물론 산업화에 따른 전력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해 공급 가능 전력량을 초과하는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다. 이 같은 문제를 예상해 정부가 2년마다 15년 단위의 전력수급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2015년 수립해 2029년까지 적용되는 7차 전력수급계획을 보면 정부 계획대로 원전과 석탄을 줄이더라도 신재생 발전설비를 2030년까지 20%로 늘리면, 2023년부터 설비예비율을 15% 미만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원전 유지론자들은 신재생발전설비의 전력 비중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관련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탈원전으로 인한 전력 부족 사태는 과도한 설정이다.

질문 ③ 원전을 줄이면 전기료가 인상된다는데

탈원전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논란은 발전 단가가 낮은 원전 비중을 줄이고, 비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할 경우를 전제로 한 것이다. 전력거래소가 예측한 ‘2030년까지 전기요금 18% 인상’도 신재생에너지 발전 단가를 현재 수준(2014~2016년 평균)으로 고정하고 전망한 것이다. 국내외 주요 전문기관 모두 신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2030년까지 현재보다 최소 30% 이상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예측 결과는 다소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의 기술 발전에 따른 단가 하락이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전기요금 인상 폭은 커질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가격을 낮추기 위한 정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은 이 때문이다.

질문 ④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재개 측 논리 근거는

신고리 원전 건설중단을 요구하는 측은 원전 10기가 한곳에 몰려 있는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밖에 없다며, 만약 한곳에서 폭발사고라도 나면 사태가 걷잡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특히 신고리 5·6호기는 지진 안전성 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아 7.5 규모의 지진을 버티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반면 건설재개 측은 신고리 5·6호기는 국제적으로도 안전성을 인정받았고,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대형 자연재해 발생에 대비하도록 설계돼 있다고 설명한다. 또 우리나라에서 6.5 규모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은 만큼 7.0 규모의 지진을 견디도록 설계된 신고리 5·6호기는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양측은 전력 수급과 전기요금 인상 문제에서도 다른 주장을 편다. 건설재개 측은 원전 건설 중단 시 2023년부터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어려워지고, 탈원전 중인 독일과 원전을 일시 중단했던 일본의 경우 전기요금이 크게 올랐다고 주장한다.

반면, 건설중단 측은 원전은 사양산업(斜陽産業)이며, 신규 원전 건설을 취소하면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 비용 등 사회적인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양측 모두 틀린 주장은 아니다.

질문 ⑤ 원전 건설 계속과 중단, 어떤 선택 해야 하나

원전은 잘 관리하면 환경과 비용 면에서 다른 전력 생산보다 좋다. 그러나 부실하게 관리해 방사능 유출사고라도 나면 우리나라처럼 좁은 국가에서는 엄청난 피해가 발생한다. 원전의 장단점은 명확하다. 그래서 신고리 원전 건설 중단 여부는 진실 문제가 아닌 선택의 문제이다.

김덕헌 부국장 겸 정치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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