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의 '노바스크'로 시작된 ‘암로디핀’ 성분의 약물이 국내 발매 28년째인데도 여전히 고혈압치료제 시장에서 영향력이 커지는 추세다. 지난해 처방된 고혈압치료제 사용량의 37%는 암로디핀이 함유됐고, 암로디핀 들어있는 약물의 처방금액은 전체 고혈압치료제 약값의 50%에 육박할 정도로 광범위하게 사용됐다. 3년 전과 비교해도 암로디핀의 처방은 증가세를 나타내며 노익장 과시했다.
20일 빅데이터 분석 전문기업 코아제타의 처방데이터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총 35억3722만일분의 고혈압치료제가 처방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처방금액은 1조6300억원으로 집계됐다.
코아제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건강보험 진료·처방 정보를 구매해 분석한다. 실제 건강보험 처방 정보를 반영한 '리얼데이터'다. 객관적인 약물의 사용량을 비교 분석하기 위해 투약일수 자료를 사용했다. 흔히 사용량의 지표로 제시되는 처방수량 데이터의 경우 1일 3회 복용 약물이 1일 1회 복용 약물보다 3배 많은 수치로 나타나는 것처럼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고혈압약 성분별로 가장 많은 투약일수를 기록한 제품은 ‘암로디핀’ 단일제로 총 6억4597일분 처방됐다. 암로디핀 단일제의 처방금액은 2186억원에 달했다.
암로디핀은 칼슘길항제(CCB 계열)의 대표 성분으로 지난 1990년 국내 출시된 화이자의 ‘노바스크’가 오리지널 의약품이다. 노바스크의 특허만료 이후 100곳 이상의 국내업체가 제네릭을 내놓으며 광범위하게 사용 중이다. 노바스크는 지난해 563억원어치 처방되며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암로디핀 성분을 활용한 복합제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암로디핀이 함유된 복합제의 처방 자료를 보면 국내 고혈압치료제 시장에서 암로디핀이 차지하는 영향력은 더욱 커진다. 지난해 처방된 암로디핀 함유 복합제는 ‘암로디핀+발사르탄’, ‘암로디핀+텔미사르탄’, ‘암로디핀+올메사르탄’+‘암로디핀+로사르탄’, ‘암로디핀+아토르바스타틴’, ‘암로디핀+올메사르탄+히드로클로로디아짓’, ‘암로디핀+칸데사르탄’ 등 7종에 달한다.
대부분 암로디핀에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계열)를 결합한 ‘CCB+ARB' 복합제이며, 고지혈증약(로수바스타틴)이나 이뇨제 성분(히드로클로로치아짓) 등을 섞은 제품도 등장했다. 제약사들이 고혈압복합제를 개발할 때 암로디핀 성분을 기반으로 새로운 조합을 만들면서 암로디핀 성분 제품은 더욱 많아졌고 처방비중도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암로디핀 성분이 들어있는 제품은 총 941개 허가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암로디핀 단일제와 복합제의 투약일수를 모두 합치면 13억1723만일에 달한다. 처방금액은 777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고혈압치료제 투약일수와 처방금액 중 암로디핀이 들어있는 약물은 각각 37.2%, 47.7%를 차지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해 처방된 고혈압치료제 중 3분의 1 이상은 암로디핀 성분이 함유된 약물이고, 고혈압치료제 약값의 절반 가까이는 암로디핀 단일제와 복합제가 차지한다는 의미다.
3년 전과 비교하면 암로디핀의 처방은 더욱 확대됐다.
지난 2013년 암로디핀 단일제는 투약일 7억1126만일, 처방금액 2436억원을 기록했다. 암로디핀 함유 복합제는 4억1005만일, 3662억원어치 처방됐다. 암로디핀이 들어간 고혈압치료제는 총 11억2130일분, 6098억원이었다. 전체 고혈압치료제 처방에서 암로디핀이 포함된 약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투약일수 32.6%, 처방금액은 39.4%로 조사됐다. 지난해보다 각각 4.6%포인트, 8.3%포인트 적은 수치다. 2013년 대비 지난해 암로디핀 함유 고혈압약은 총 1억9593만일, 1674억원 증가했다.
노바스크의 발매로 암로디핀이 국내 등장한지 올해로 28년째인데도 여전히 단일제와 복합제 모두 처방이 늘면서 국내 고혈압치료제 시장에서 암로디핀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주요 암로디핀 복합제의 처방 자료를 보면 ‘암로디핀+발사르탄’ 복합제는 2억6078만일분, 2299억원어치 처방됐다. 처방금액으로는 고혈압치료제 중 1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암로디핀+발사르탄’ 복합제는 지난 2007년 노바티스의 ‘엑스포지’가 가장 먼저 국내에 출시됐고 이후 102개 업체가 엑스포지의 제네릭 제품을 발매했다.
베링거인겔하임의 ‘트윈스타’와 종근당의 '텔미누보'가 대표 제품인 ‘텔미사르탄+암로디핀’ 복합제가 1억4844만일분, 1242억원어치 처방됐다. 한미약품의 '아모잘탄’과 같은 ‘로사르탄+암로디핀’ 복합제는 9288만일분, 778억원의 처방금액을 기록했다.
한편 고혈압치료제 단일제 중 암로디핀에 이어 ‘로사르탄’이 1억9896만일분, 957억원어치 처방됐다. 로사르탄은 MSD의 ‘코자’가 오리지널 의약품이며 국내에만 90여개의 제네릭이 판매 중이다. 이뇨제 ‘히드로클로로치아짓’(1억7904만일, 14억원), 알파베타차단제 ‘카르베딜롤’(1억7904만일, 697억원) 등도 처방 빈도가 높았다.
지난해 ARB계열 단일제 품목 중 가장 많은 처방실적을 올린 카나브(피마사르탄)의 경우 7153일분, 419억원어치 처방됐지만 성분별로 보면 동일 계열 중 로사르탄, 발사르탄, 칸데사르탄, 올메사르탄, 텔미사르탄 등에 이어 6위에 머물렀다. ARB계열 약물 중 카나브만이 특허가 만료되지 않은 단독 등재 품목이며 다른 제품은 제네릭 등장으로 동일 성분간 처방이 분산된 영향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