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합병을 무효로 해달라고 옛 소액주주들이 낸 소송 1심에서 승기를 잡았다. 하지만 일성신약 측이 항소할 뜻을 내비쳐 이번 사건은 항소심에서 다시 다퉈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6부(재판장 함종식 부장판사)는 19일 삼성물산 소액주주 일성신약 등 4명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합병 무효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소송이 제기된 지 1년 8개월 만이다.
일성신약 측은 항소 여부에 대해 "판결문을 검토해봐야 알겠지만 (항소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일성신약 측은 현재 화해·조정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사건 특성상 조정으로 끝내기 어렵고, 다른 주주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삼성물산 측에서 조정을 받아들이긴 쉽지 않다는 게 법조계 분석이다.
항소심 재판이 시작되면 양측은 다시 한번 합병 목적과 과정 등이 정당했는지를 다툴 전망이다. 이날 1심은 합병 목적에 대해 "경영권 승계가 합병의 유일한 목적이었다고 할 수 없다"라며 "지배구조 개편으로 인한 경영정상화가 삼성물산과 계열사 이익에도 기여했다"고 판단했다. 일성신약 측은 합병이 삼성물산을 위한 경영상 판단이 아니었고, 오로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이었다고 입증해야 한다.
1심은 합병 비율도 자본시장법에 따라 정해진 것으로, 옛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리하지 않다고 했다. 국민연금공단 찬성 의결권 행사 과정에 대해서도 "국민연금 대표인 최광 이사장이 합병 찬성 결정 과정에 보건복지부나 기금운용본부장 개입을 알았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했다. 일성신약 측은 합병비율이 합병을 무효로 돌릴 만큼 '현저하게 불공정하다'는 점을 입증할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법조계에서는 항소심으로 가면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최소 1~2년은 걸릴 것이라고 예상한다.
삼성물산 입장에서는 이번 소송을 근거로 일성신약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낼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성신약 측의 '악의와 중과실'을 이유로 회사가 손해를 입었다는 주장을 펼 수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소송을 악의적으로 한 경우 그 자체가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직 판결이 확정된 게 아니라 정해진 것은 없다"고 했다.
이번 사건이 이 부회장과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 등 관련자 항소심 재판에 영향을 줄지도 관심사다. "합병이 경영상 정당한 판단"이라고 보는 등 합병 목적에 대해 일부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사와 형사는 법리와 관점이 전혀 달라 항소심 재판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는 게 법조계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