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삼성에 따르면 권 부회장은 이번 미국 출장길에서 재계 리더들의 모임인 ‘워싱턴 경제 클럽’에 참석하는 등 다양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핵심 일정은 팀쿡 CEO 등 애플 경영진과의 회동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 부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CEO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났지만, 아직 후임이 정해지지 않은 만큼 중요한 협의는 마무리 짓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번 회동에서 권 부회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애플 아이폰 OLED 물량을 공급하는 A5(가칭) 신공장 투자 규모를 확정 짓는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 신제품 ‘아이폰X’에 OLED 패널을 독점 공급 중인데, 추후 패널 공급량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 시장에서 95% 이상 점유율을 차지하며 독보적인 상황이었지만, 최근 LG디스플레이와 중국 BOE 등 경쟁사가 등장하며 독점구조가 흔들리고 있다. 애플은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한 해 2억 대 이상을 생산하는 큰손이다. 특히 이번 OLED 탑재 첫 제품인 ‘아이폰X’ 이후에도 OLED 탑재를 늘려나갈 계획이라, 경쟁사에 앞서 애플을 잡는 게 중요하다.
이와 함께 권 부회장은 애증의 관계였던 팀쿡과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나눌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애플의 주요 부품 공급 회사이면서, 스마트폰에서는 특허 소송전을 펼치는 등 사연이 많다”며 “권 부회장 입장에서 팀쿡과의 마지막 회동은 감회가 새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권 부회장은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그랜드 하얏트 워싱턴 DC에서 열린 재계 리더들의 모임인 ‘워싱턴 경제 클럽(Economic Club of Washington DC)’에서 삼성전자 성장의 역사와 혁신, IT 업계의 변화 방향을 골자로 하는 기조연설을 했다.
권 부회장은 기조연설에서 “삼성전자는 1969년에 흑백 TV를 만드는 회사로 시작해 글로벌 IT 업계 선두 기업으로 도약했다”며 “이런 성공의 바탕에는 창업자를 비롯한 최고 경영진과 임직원들의 헌신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그는 자신의 퇴진선언에 대해 “한국 격언에 ‘가장 정상에 있을 때 내려오라’는 말이 있다”고 소개하고 “내가 처음 입사할 때만 해도 삼성은 국내 기업이었지만 ‘넘버 원’이 됐다. 내가 운이 좋은 것 같다. 지금이 떠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