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보복 여파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해외 시장 다변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사드 영향에 따른 실적 부진을 미국과 유럽 시장 확보를 통해 해결하려는 데 비해 LG생활건강은 사드 여파에도 불구하고 선방하면서도 아시아와 중국 시장을 키우고 있어 국내 K뷰티 양대 라이벌의 대응 행보가 같은 듯 다르게 펼쳐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그룹의 올 상반기 매출은 연결기준 전년 동기 대비 6.1% 감소한 3조2683억 원, 영업이익은 30.2%나 하락한 5089억 원이었다. 업계에서는 3분기 실적도 하락세를 전망하고 있다. 사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아모레퍼시픽은 9월 미국 뉴욕에 이니스프리 플래그십 매장을 오픈하고 본격 진출에 나섰다. 이니스프리 미국법인은 뉴욕을 시작으로 LA, 샌프란시스코 등에 추가로 매장을 열 계획이다. 2014년 미국에 첫선을 보였던 브랜드 라네즈 역시 미국 화장품 전문매장 세포라 144개에 입점했다.
화장품의 본고장 프랑스도 문을 두드리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대표 브랜드 설화수는 9월 프랑스 파리에 있는 라파예트 백화점에 진출했다. 한국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단독 매장을 오픈한 설화수는 프랑스의 K-뷰티 인기를 선점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LG생활건강은 사드로 인한 피해가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LG생활건강의 상반기 매출은 3조130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성장했으며 영업이익도 7.3% 오른 4924억 원을 기록했다. LG생활건강도 2분기 화장품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7%, 2.7% 감소했지만 아모레퍼시픽과 비교하면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중국 내 ‘후’와 ‘숨’ 등 특정 브랜드의 인기와 생활용품의 영업이익 증가 등이 함께 반영된 결과다.
그럼에도 LG생활건강 역시 꾸준히 시장 다변화를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유럽시장 진출은 아직 계획이 없지만 기존 북미와 중국, 동남아 등 시장 다변화는 계속해서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2015년에 미국에 진출한 빌리프는 현재 미국 세포라 매장에 입점해 있는 상태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미국 시장의 한국 화장품 수입 규모는 2016년 기준 3억1685만 달러(약 3589억 원)로 전년 대비 45.66%나 증가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미국 진출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이들 업체가 동남아를 비롯해 미주, 유럽 등으로 시장을 돌려 사드에 대한 방어력을 확인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신규 지역 진출을 통해 포스트 차이나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