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무역장벽인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논의하는 공청회에서 우리 정부와 업계, 미국 정치인들이 한목소리로 강력 대응했다.
우리 정부와 업계는 19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개최된 공청회에 참석해 총력전을 펼쳤다.
한국 측에서는 이용환 산업통상자원부 통상협력국 심의관과 김희상 외교부 수입규제대책반장 등 정부 관계자와 함께 삼성전자·LG전자 통상 담당 임원 등이 참석했다.
앞서 5일 ITC는 미국 세탁기 산업이 한국산을 비롯한 대형 가정용 세탁기 수입 급증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판정했다. 미국의 세탁기 제조사 월풀은 공청회 전날인 18일 ITC에 삼성과 LG가 미국에 수출하는 세탁기에 3년간 5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을 미국 정부 측에 제안했다. 월풀은 또 삼성과 LG가 미국에 공장을 지어 단순 조립공장으로 운영할 수 있다면서 부품에 대해서도 50%의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과 LG전자는 이날 “세이프가드 발동은 소비자를 위한 혁신을 게을리하는 미국 기업을 두둔하는 것”이라며 혁신적 제품을 공급하는 기업 활동을 방해함으로써 결국 미 소비자와 유통업계가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삼성은 특히 “플렉스워시 등 삼성의 혁신 제품은 월풀이 생산도 하지 않는 제품이기 때문에 월풀이 손해를 본다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다”면서 세이프가드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우리 산업통상자원부도 “월풀 측이 주장하는 50%의 고율 관세는 심각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수준에 한해(only to the extent necessary) 구제조치를 채택할 것을 규정한 WTO 세이프가드 협정에 위반한다”고 강조했다.
공청회에서 삼성과 LG가 각각 현지 가전 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와 테네시 주에서는 주지사와 장관 등 고위 인사들이 직접 지원군으로 나서 “세이프가드를 발동해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경우 삼성과 LG가 건설 중인 미국 현지 공장이 추후 가동돼도 정상적 운영을 어렵게 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용창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적극 개진했다.
ITC는 다음 달 21일 표결을 통해 자국 산업 피해 여부와 구제방법, 수준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이어 12월 4일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이를 보고한다. 이후 60일 이내로 구제조치가 시행된다. 우리 정부는 세이프가드 발동이 최종적으로 결정될 경우 WTO 제소를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