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가 진행되면서 기획재정위원회에선 세금 전쟁이 가열되고 있다. 아이코스, 글로 등 궐련형 전자담배에 개별소비세를 부과하는 증세안을 놓고 벌어졌던 공방은 시작에 불과하다. 국정감사가 끝나는 대로 정부의 법인세·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등 세제개편안을 둘러싼 여야 격돌이 예고돼 있다.
기재위원장을 맡은 자유한국당 조경태 의원은 세금 문제에 관해선 ‘서민증세 불가’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조 위원장을 만나 증세 논란을 비롯해 현안에 관한 입장을 들어봤다.
◇ “전자담배 개소세 90%, 유감… 서민 주머니 털면 안 돼” = 조 위원장은 18일 국회 본청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먼저 전자담배 개소세를 일반담배의 90%로 매기는 방안에 부정적 의사를 재차 피력했다.
20일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이러한 내용의 개소세법 개정안 처리가 확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조 위원장은 “세계적으로 일반담배 대비 전자담배 세율은 30~80% 수준”이라면서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전자담배 세율을 적용하게 돼 상당히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개소세가 오르면 다른 상임위에서도 지방교육세, 건강증진부담금, 담배소비세 등도 동시에 올라 전자담배 한 갑당 1246원의 세금이 오를 전망”이라며 “아이코스의 경우 일본은 판매가격 대비 세금 비중이 49.1%이고, 영국은 39.5%, 스위스는 19.4% 수준이지만 우린 현행 40.4%에서 69.3%까지 오르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높은 세율이 소비자 가격에 전가되지 않기 바란다”며 “국회가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턴다는 인식을 주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담뱃값 인상으로 올해 8월까지 세수가 지난해보다 17조 원 증액됐다”며 “간접세에 대한 국민적 부담이 매우 크다. 간접세 증세는 상당히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담배를 태우지도 않는 조 위원장이 이번 전자담배 개소세 논란에 앞장서서 반대하고 나섰던 건 “담배는 삶이 고단한 서민들이 주로 피우는 일종의 기호식품”으로 봤기 때문이다. 그는 앞서 전자담뱃세 공방이 거셌던 지난달 21일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서민 증세에 대해선 단 1원도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상임위원장으로서 조 위원장처럼 개별 안건에 대한 의견을 강하게 밝히는 경우는 흔치 않다. 조 위원장은 “일반 의원이면 더 강하게 반대 입장을 피력했을 텐데, 위원장은 위원회 의사 진행을 원만히 해야 하고 여야가 대체로 합의한 사항에 저 혼자 반대한다는 것도 상당한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정부 관계자를 만나 세율 인상 시엔 과학적이고 좀 더 논리적인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전자담배 세율 부분은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피력했고, 정부 관계자도 이해한다는 취지의 의사표현을 하더라”라고 설명했다.
◇ “간접세 인상 반대, 직접세는 증세 전 조세형평성 제고해야” = 간접세 인상에 반대하는 조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 25% 및 소득세 최고세율 42%로 추진하는 직접세 인상에도 부정적이다. 각각 50%에 육박하는 면세법인, 면세자 비율을 줄일 수 있도록 조세 형평성 제고 방안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 위원장은 “우리나라는 소득세, 법인세 면세자 비율이 각각 46.5%, 47%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특정 표본에 대한 세수 확대보단 과도한 면세자 비율을 축소해 과세 공백 해소와 형평성 제고를 선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올해 추석 연휴에 100만 명 이상이 해외로 나갔는데, 분명히 그중엔 면세자도 있을 것”이라며 “복지를 주는 것과 세금을 걷는 건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등 다른 국가들의 법인세 인하 추진 분위기에도 주목했다. 조 위원장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왜 법인세를 35%에서 15%로 낮추려 하겠나”라며 “최근 만난 호주 재정부 장관도 호주 조세정책을 법인세 인하 방향으로 보더라. 왜 세계적 흐름이 법인세 인하로 가고 있는지 곰곰이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수경제를 활성화시키고 기업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면 세금도 많이 낼 테니 그렇게 능동적으로 세수를 확보해 나가는 것이 선결과제”라고 했다.
다만 그는 “간접세를 줄이는 동시에 면세자를 줄이면서 균형적이고 공평한 과세를 하려면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국민이 공감할 수 있도록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전제조건을 달았다.
◇ “공무원 증원, 재정악화 우려… 최저임금 보전, 황당” = 429조 원에 달하는 내년 예산안에선 공무원 1만5000명 증원에 쓰이는 예산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보전 예산에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조 위원장은 우선 “이번 정부 예산안은 복지쪽으로 쏠림 현상이 심하다”며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복지와 성장이라는 큰 어젠다 안에서 최적의 효율을 낼 수 있는 예산 분배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이어 “공무원을 늘리면 월급만 주는 게 아니라 연금도 줘야 하지 않나”라며 “지금 국가부채의 52%가 공무원연금 충당 부채이고, 앞으로도 공무원연금에 따른 국가부채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를 늘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일의 효율성을 위한 인사 재배치가 필요하다. 늘릴 곳은 늘리고 줄일 곳은 줄여 총량을 적절히 조정하는 게 중요하지, 마구 늘렸다가는 심각한 재정악화로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저임금 보전 예산과 관련해선 “섣불리 최저임금을 인상하고선 비용 보전을 위해 재정을 투입한다는 게 얼마나 바보 같은 일인가”라며 “시장 여건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최저임금 인상이란 선심을 쓰고는 세금으로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의 반발을 잠재우겠다는 건데 너무나 황당하다”고 혀를 찼다.
그러면서 “충분한 검토 없이 최저임금을 인상하더니 추가 지원을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충당한다면 이건 명백한 정책의 오류”라고 잘라 말했다.
◇ “여도 야도 과거 집착… 정치 세무조사는 불행만 낳아” = 한편 조 위원장은 여야 간 적폐청산과 신적폐청산 대결로 흐르는 정치권 분위기엔 “여당도 야당도 지나치게 과거에 집착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는 “정치란 국민을 편안하게 하고 이롭게 해야 한다”며 “저는 국민이 편안하고 잘 먹고 잘 살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기국회 중점 처리 법안으로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과 규제프리존법안을 꼽았다. 그는 “규제프리존법은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14개 시·도에 27개 전략 산업을 지정해 규제를 풀어주는 게 골자”라면서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자율주행차 등 혁신 기술을 키우면서 지역 경제를 살리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서비스법에 대해서도 “일자리 창출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으로 100만 개 일자리가 생겨난다고 하지 않나”라며 “독소 조항이라고 많은 분들이 우려하는 의료 부분만 개선해 통과시키면 문제없다”고 주장했다.
국감과 관련해선 기재위에서 여야 간 증인 협상이 난항 중인 가운데, ‘묻지마’식 증인 호출과 막말, 고성에 대한 경계심을 나타냈다. 그는 “국감 증인으로 불려나오는 분들이나 정부 인사들이 범죄자가 아니지 않나”라며 “후진적인 국감 문화를 개선해 우리 의회 수준을 한층 높여 나갔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국세청의 ‘정치 세무조사’ 논란을 두고는 “불행은 불행을 낳는다”며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생기지 않도록 행정 당국에선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조경태 기재위원장은 누구?
민주당 3선 후 한국당으로… 두 당서 모두 대선후보 경선 나서
조경태 위원장은 부산 사하을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3선에 성공했고, 당을 옮겨 자유한국당에서 4선 고지에 올랐다. 28세에 보수텃밭이었던 부산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첫 출사표를 던질 때부터 그는 줄곧 ‘지역주의 타파’를 외쳐왔다.
지역주의에 갇히길 거부하는 국내외 4개 지역 명예시민이라는 타이틀도 갖고 있다. 국내에선 제주특별자치도 명예시민, 전북 군산시 명예시민, 전남 신안군 흑산면 명예면민이 됐고, 국외에선 한국-대만 의원친선협회 회장을 오래 지낸 인연으로 대만 타이중시 명예시민이 됐다.
정치적 꿈도 작지 않다. 조 위원장은 2012년엔 민주통합당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 등과, 올해엔 한국당에서 홍준표 후보 등과 각각 경선에서 맞붙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산시장 차출설이 나오는 그는 향후 정치적 진로엔 “언제나 지역주민과 국민의 의견을 적극 수렴한 후 판단하겠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