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4일 탈원전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신고리 5·6호기 외에 신규 원전 6기의 백지화를 공식화할 예정인 가운데 여기에도 이미 수천억원의 비용이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 계획이 공식적으로 중단되면 이미 투입된 비용에 대한 처리 문제가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원자력 업계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이 신한울 3·4호기와 천지 1·2호기에 지금까지 지출한 금액은 약 3400억원이다. 신한울 3·4호기에 설계 용역비 등 2700억원이, 천지 1·2호기는 일부 부지 매입비용 등 700억원이 들어갔다. 건설 장소와 이름이 미정인 나머지 2개 호기는 아직 투입된 비용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공사를 재개하기로 결정한 신고리 5, 6호기의 경우 일시 중단 전까지 1조6000억원이 투입됐으며, 공론화 기간 3개월동안 1000억원의 협력사 손실 보상 비용이 발생했다.
경북 울진군에 건설 예정이던 신한울 3·4호기는 지난 5월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설계 용역이 취소됐다. 이 두 호기는 기존 신한울 1·2호기 옆에 한수원이 예전에 마련한 부지에 지을 예정이었다. 영덕에 건설 예정이던 천지 1·2호기의 환경영향평가 용역은 지난 6월 중단됐다. 각각 2026년, 2027년 완공 예정이었다. 한수원은 지난해 7월과 8월 사이에 매입 공고를 거쳐 면적 기준으로 18%인 58만7295㎡를 사들였다. 그러나 정부가 탈원전으로 정책 방향을 잡으면서 땅 매입이 중단됐다.
6기 원전 모두 신고리 5·6호기와 달리 아직 건설을 시작하지 않았다. 신한울 3·4호기는 지난 2월 발전사업허가를 취득했지만, 아직 건설허가는 나지 않았으며 천지 1·2호기는 발전사업허가조차 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