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없는 삼성 현금배당만 8조원…미래 투자 문제없을까

입력 2017-10-23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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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이달말 현금배당 및 자사주 매각ㆍ소각을 통한 주주환원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규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상최고 실적 행진을 고려하면 천문학적인 액수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당기순이익에서 차지하는 주주환원 규모(배당총액+자사주 매입액)를 의미하는 총주주환원율은 49.7%를 기록했다. 22조4157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가운데 배당으로 3조9919억 원, 자사주 매입에 7조1393억 원을 각각 투입했다. 올해도 이 같은 비율을 유지한다면, 하반기에만 13조 원 이상을 투입해야 한다.

특히 작년의 배당성향(현금배당/당기순이익)인 17.8%를 적용할 경우 올해는 7조 원, 내년과 내후년에는 8조 원에 달하는 현금배당이 가능한 셈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올 1분기와 2분기에 주당 7000원이었던 분기 배당금이 더 오르거나 연말에 상당한 규모의 배당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기대 섞인 관측을 벌써 내놓고 있다.

다만 현금배당을 큰 폭으로 늘리지 않는 대신 자사주를 대거 매입한 뒤 이를 소각해 유통주식 물량을 줄임으로써 주가를 밀어 올리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당기순이익과 잉여현금흐름이 같지는 않기 때문에 주주환원 규모를 정확하게 계산하기는 어렵다”면서 “다만 삼성전자가 지속해서 주주친화적인 정책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올해와 내년에도 배당과 자사주 매입 규모가 역대 최고치를 계속해서 깰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선 이 같은 삼성전자의 움직임이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제조기업의 주주환원은 중장기적으로 이익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3분기 감익 우려가 해소된 삼성전자는 4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앞두고 있다”며 “최대 관건은 주주환원정책이다. 주주환원정책에 대한 긍정적 변화가 있다면, 중장기적인 주가 상승세는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동안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주가가 상승했던 만큼, 이번에도 역시 삼성전자의 주가에 상당히 긍정적일 것”이라며 “다만, 최근에 주가가 많이 올랐기 때문에 추가 상승에 한계는 있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주가 상승을 주주환원정책에 맞추는 것은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부장은 “삼성전자의 주가상승은 주주환원책보다 사상 최대 이익에 따른 것이다. 주주환원 이슈는 연계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공장을 계속 돌려야 하는 제조기업에게 배당을 강요하는 것은 투자자금 마련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주가 부양이 주주환원정책으로 진행되면 모순된 환경에 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송영록 기자, 최두선 기자 sy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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