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카탈루냐 주의 분리독립 문제가 국가적 위기로 번지는 가운데 이탈리아에서도 자치권 확대를 위한 주민투표가 22일(현지시간) 시행됐다.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시작한 분리독립 움직임이 유럽 곳곳으로 확대하는 모양새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으로 꼽히는 북부 롬바르디아 주와 베네토 주는 이날 오전 7시 주민투표를 시작했다. 주민투표는 재정, 교육, 이민, 행정 등 더 많은 자치권 확대를 요구하는 내용이다. 투표 결과에 법적 구속력은 없다. 다만, 자치권 확대에 찬성표가 더 많이 나올 시 이를 근거로 중앙정부와 세수 문제에서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밀라노가 속한 롬바르디아 주와 베니치아·베로나가 속한 베네토 주는 이탈리아 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동시에 이탈리아 국내총생산(GDP)의 총 30%를 차지할 만큼 높은 경제력을 자랑한다. CNBC는 두 개 주가 자치권을 확보하려는 근본적인 이유는 돈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지역 주민들이 내는 세금이 중앙 정부로 흘러들어 간다는 억울함이 밑바탕에 깔린 것이다. 로베르토 마로니 롬바르디아 주지사는 이날 투표 뒤 “이번 주민투표는 2개 주의 주지사가 더 큰 책임과 재원을 얻는 역사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그는 “주민투표가 통과되면 연말에 정부와 협상해 자치권 확대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계 컨설팅업체인 테네오 인텔리전스의 볼프강 피콜리 대표는 “주민투표 결과 찬성 가능성이 높다”며 “그 경우 앞으로 중앙 정부와의 세수 분배에서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 지역의 주지사는 반난민, 반유럽연합(EU)을 주장하는 극우 성향의 정당 북부동맹(NL) 소속이다. 따라서 이번 주민투표로 NL이 정치적 지지세를 굳히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탈리아는 내년 5월 총선을 치르는 데, 총선에 앞서 주민투표를 시행해 총선에 영향력을 높이려는 의도라는 의미다. LN은 이탈리아 정당 가운데 지지율 3~4위를 기록하고 있다.
작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투표 이후 유럽에서 분리·독립 목소리는 힘을 얻었다. 영국 스코틀랜드 자치정부는 2014년 9월 독립 투표가 부결됐으나 브렉시트 이후 다시 주민투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스페인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지난 1일 독립 주민투표 결과 90%의 압도적인 찬성률을 확보했다. 이번 이탈리아 주민투표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자치권 확대를 근간으로 하나 분리·독립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CNBC는 진단했다.
이탈리아 베네토 주는 투표율이 50%를 넘어야 주민투표의 효력을 인정한다. 최종 투표율은 이를 가볍게 넘어 57~61%로 예상돼 결과는 낙관적이다. 롬바르디아 주는 최소 투표율 규정이 없다. 마로니 롬바르디아 주지사는 34%를 목표로 했는데 최종 투표율은 40%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두 지역 모두 출구 조사 결과 찬성 응답이 90%를 넘어섰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