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 인사 비리’ 자체 감찰 누가 믿겠나

입력 2017-10-23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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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실 임원이 금감원 청탁요청 들어줘”

사내 인사비리 등 문제를 직접 조사하고 징계를 내려야 하는 검사실이 앞장서서 금융당국 고위직의 채용 청탁을 들어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우리은행에 자체검찰을 지시, 미흡할 시엔 현장점검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청탁 의혹 당사자들인 금융감독원과 우리은행이 제대로 된 조사를 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우리은행 검사실의 이 모 상무는 이상구 전 부원장보 등 금감원 인사 2명의 자녀나 지인 등을 우리은행 내부 인사팀에 추천했다. 이 모 상무의 추천으로 이상구 전 부원장보와 또 다른 금감원 인사의 자녀 등 2명이 우리은행의 지난해 공채에 최종 합격했다.

문제는 인사청탁을 들어준 곳이 다른 곳도 아닌, 사내 인사비리를 앞장서서 조사하고 엄벌해야 하는 검사실이라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검사실의 이 모 상무가 금감원 고위직의 청탁을 받아들여 2명을 사내에 추천했다”며 “사내 인사 비위를 가장 냉정하게 처단해야 하는 사람이 청탁을 들어줬으니 정말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모 상무는 2014년 검사실 영업본부장 대우를 거쳐 올해부터 검사실 상무로 근무하고 있다.

금감원은 현재 우리은행에 자체 감찰을 지시한 상황이다. 우리은행은 이번에 채용청탁에 연루된 검사실과 인사부 등을 배제한 채로 태스크포스팀(TFT)를 꾸려 자체 감찰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인사 비리 의혹 대상자인 우리은행이 객관적으로 자체 감찰을 할 수 있겠냐는 우려는 여전하다.

앞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 17일 ‘2016년 우리은행 신입사원 공채 추천 현황 및 결과’라는 문건에서 이상구 전 금감원 부원장보, 전 은행장, 국정원 직원 등 사회 고위직의 인사 청탁으로 이들 자녀나 친인척 등 16명이 특혜 채용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금감원은 이번주 중으로 우리은행의 자체 조사를 받아본 뒤, 현장점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사실 임원이 금감원 관련 2명을 추천한 것으로 나와있는 건 맞다”며 “우리은행 자체 감찰 결과가 미흡하다고 생각되면 현장점검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우리은행 채용 비리 의혹에는 금감원 인사도 포함된 만큼 검찰 등 사법당국의 수사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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