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면서 1400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부실화와 부동산시장, 소비 위축이 우려되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이후 약 1년 만에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최고 금리가 5%를 다시 넘어서는 등 사실상 저금리 시대가 끝났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의 주담대 5년 고정형 상품 금리가 3.49~4.60%로 이달 12일보다 0.10%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의 5년 고정혼합형 상품 금리는 0.12%포인트 오른 3.52~4.72%다. <관련기사 3면>
특히 하나은행의 금리 상승 폭이 컸다. 하나은행은 0.16%포인트 상승한 3.82~5.04%를 기록했다. 하나은행의 주담대 최고금리가 5%를 돌파한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이다.
우리은행, NH농협은행의 금리는 각각 0.10%포인트 오른 3.45~4.45%, 3.58~4.72%로 나타났다.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지난해 말부터 상승세가 주춤하다 지난 2월 변동금리 상품을 중심으로 다소 하락한 후 정체돼왔다.
이달 들어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가 수직 상승한 주된 원인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내 금리 추가 인상설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실세금리가 연달아 상승하는데, 이러한 분위기가 선반영돼 금리가 들썩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금리 인상이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 가계부채의 부실화 우려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경우 가계에 연간 2조3000억 원의 대출이자 부담이 추가로 생긴다.
무엇보다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한계가구들의 상환능력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은은 대출금리가 0.5%포인트 오를 경우 이들 고위험 가구의 금융부채가 4조70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경기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 인상이 소비와 투자 위축을 가져와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가계부채의 절반 이상이 집을 사기 위해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린 경우인 만큼, 이자 부담이 커진 대출자들이 주택을 내다 팔기 시작하면 부동산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소득 중 빚을 갚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소비심리도 급격하게 위축될 수 있다”면서 “금리 인상이 국내 경제에 연쇄적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