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회의 인문경영] ‘넛지’로 옆구리 찔러 설득하라

입력 2017-10-23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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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먼저 살자고 옆구리 쿡쿡 찔렀지, 내가 먼저 살자고 옆구리 쿡쿡 찔렀나.” 우리 민요 ‘정선아리랑’의 가사 중 일부분이다. 해학과 풍자, 여유가 넘친다. 옆구리를 쿡쿡 찔러 마음을 표하는 것, “같이 살자”고 직접 말하는 프러포즈보다 은근하다. 감칠맛이 있다. 마음을 동하게 한다.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세일러(Richard H.Thaler) 시카고대 경제학과 교수가 2017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으며 그의 이론 ‘넛지’가 재조명되고 있다. 책 ‘넛지(nudge)’를 다시 펼쳐 보면서 정선아리랑 가락을 흥얼거렸다.

넛지(nudge)는 원래 ‘(특히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 ‘주의를 환기하다’라는 뜻의 영어 단어다.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을 뜻한다. 초기엔 마케팅 기법으로 시작했지만 조직 소통, 행동 수정 등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요컨대 ‘선택하게 하기보다 선택하도록 환경을 설계하라’는 이야기다.

이 민요에 대입하자면 “같이 살자”고 대놓고 직접 말하기보다 ‘옆구리를 슬쩍 찔러’ 프러포즈를 하는 것이다. 강요나 폭포 구애가 아닌 유혹과 조종의 설득으로 말이다. 능력 있는 설득가들은 강요가 아닌 ‘조종’의 힘을 이용한다. 중국 고사에도 바로 이 같은 옆구리 찌르기(당기기), 넛지 설득법이 등장해 흥미롭다. ‘공자가어(孔子家語) ’의 ‘철주’(掣肘)가 그것이다. 당길 철(掣), 팔꿈치 주(肘), 팔꿈치를 잡아당겨 상대가 마음대로 하지 못하게 함을 비유하는 말이다. 결국은 자신의 뜻을 관철한다는 이야기다.

공자의 제자 복자천(宓子賤)이 노애공(魯哀公)으로부터 선보(單父)라는 땅을 다스리라는 명을 받았다. 군주와 돈독한 신뢰가 형성되지 않은 채 신임 발령을 받은 터였다. 복자천은 임금이 자신을 무고하는 참언에 넘어갈까 걱정됐다. 사전에 대비하기 위해 임금의 심복 신하 두 명을 데려가겠다고 청한다. 그러고선 이들이 글씨를 쓰려고만 하면 팔꿈치를 건드려 망치게 했다. 자신이 잡아당겨놓고선 글씨를 잘못 썼다고 혼쭐을 냈다.

두 사람은 견디다 못해 사임한 후, 이 사실을 보고한다. 노애공은 복자천의 속뜻을 헤아려 이렇게 말한다. “복자천이 나의 현명함을 간(諫)하기 위해 팔꿈치 당기기(철주)를 한 것이구나. 내가 복자천의 뜻을 간섭해 뜻을 펼치지 못하도록 한 것이 여러 차례 있었던 모양이다.” 복자천이 자율, 자치경영을 맘껏 하도록 허락한다는 해피엔딩 스토리다. 그 신하에 그 군주다. 넛지 어법으로 말한 것도 그렇고, 그 말을 알아들은 것도 그렇다.

정선아리랑, 철주, 넛지의 옆구리… 그 옆구리 설득의 묘미는 부드러운 개입에 있다. 우회의 묘미에 있다. 상대에게 선택의 공을 넘기는 여유에 있다. 사람은 누구나 남이 시켜서 변화하는 것은 싫어한다(한 조사에 의하면 직원들이 제일 싫어하는 단어가 변화와 혁신이다). 대놓고, 까놓고, 터놓고 요구하거나 강요하면 부담스럽다. 남의 요구는 고사하고 자신의 행동방식도 그렇다. 내 습관을 바꾸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다.

이럴 때 유용한 것이 바로 넛지다. 정보와 선택안이 제시되는 환경을 설계하는 것이다. 선택의 자유를 빼앗지 않고, 선택의 자유를 즐기게 하는 것, 넛지의 묘미다. 선택당하게 하지 말고, 선택하게 하라.

넛지, 옆구리 무공법은 여러 가지다. 당장 시도할 수 있는 간단한 기법은 △선택안이 제시되는 순서를 변경하는 것 △선택안을 설명하는 문구를 바꾸는 것 △선택안이 선택되는 과정을 조정하는 것 △기본값을 신중하게 설정하는 것 등등이다. 조금만 ‘시네루’를 주어도 선택의 방향이, 결과가 바뀐다. 상사가, 구성원이, 배우자(연인)가 황소고집, 고집불통이라며 머리를 싸매는 당신, 오늘 넛지기법, 옆구리 무공을 발휘해보면 어떻겠는가. 다만 은밀하게 위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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