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독서산책] 해리 덴트 ‘부의 대절벽’

입력 2017-10-23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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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은 반드시, 극적으로 터진다

어떤 작가가 신간을 내면 꼭 읽어본다. 그런 작가는 흔치 않은데 그가 바로 인구구조와 소비 흐름을 중심으로 미래를 전망하는 해리 덴트다. 그의 책 ‘부의 대절벽’의 원제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가를 말해준다. 원제는 ‘일생일대의 세일’이고, 부제는 ‘2017~2019년 일어나게 될 엄청난 버블의 붕괴는 당신을 어떻게 부자로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인가’이다. 이 책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철저한 실증분석에 기초해 앞으로 어떤 일이 경제에 일어날지를 예측한다.

사람들은 버블이 터지기 전까지 그것을 보기 힘들다. 부채 버블, 부동산 버블, 그리고 주식 버블을 볼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버블 붕괴로 파급되는 효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주장에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버블 붕괴가 일어나는 2~3년의 혹독한 시기는 때로는 10년까지 갈 수도 있다. 이때 주식과 부동산 그리고 기업은 헐값으로 시장에 나오게 된다.

사람들이 볼 수 없기 때문에 버블은 일정한 주기로 반복적으로 일어나게 된다. 그가 즐겨 사용하는 ‘80년 사계절 경제주기’에 의하면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는 마땅히 대공항에 필적할 정도로 큰 버블 붕괴로 이어졌어야 했다. 버블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겨다 주지만 순기능이 없는 것도 아니다. 버블이 붕괴되는 동안 파괴적인 기업 도산과 경기 둔화는 방만함으로 얼룩졌던 경제를 깨끗하게 청소한다. 계절로 따지면 버블 붕괴는 겨울의 혹한기이긴 하지만 과잉 생산능력을 털어내고 새롭게 꽃이 피는 봄의 혁신과 꽃이 필 토양을 제공한다.

2008년 세계 경제 위기가 왔을 때 각국 정부는 경쟁적으로 돈을 풀어서 경기를 부양하는 데 안간힘을 썼다. 마땅히 붕괴됐어야 할 버블은 경기부양책과 화폐 발생으로 터무니없는 수준으로 확장되어 있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그의 결론은 명쾌하다. 그 어떤 것보다 큰 버블 붕괴가 일어날 것이고, 그 후에 엄청난 고통과 기회가 뒤따르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2008년 위기 이후 각국의 중앙정부는 1930년대 초반과 같은 위기를 막기 위해 10조 달러 이상의 돈을 찍어 위기를 모면했다. 그렇다면 그 많은 돈은 어디로 간 것일까. 저자는 버블은 결코 사라질 수 없다고 말한다. 주식과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려 잠시 연기된 버블의 형태로 우리 곁에 머물고 있을 뿐이다. 어떤 정치인도 재임 중에 위기가 발생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일단 막고 보자는 것이 정치인들의 바람이다.

저자는 단언한다. “지난 7년 동안 현실과 동떨어진 채 주식시장이 팽창되어 버블이 만들어진 것은 시장에 개입하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한 사람들 탓이다.” 그러나 역사의 교훈은 자명하다. “모든 부채 버블은 금융자산(주식, 부동산, 상품 등등) 버블로 이어지며, 모든 금융자산 버블은 터진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극적으로 붕괴한다.” 비극적인 상황에서도 준비된 사람들은 상당한 규모의 돈을 벌 수 있다. 버블 붕괴는 전체 금융 시스템의 붕괴를 가져온다. 현금과 가장 안전한 장기 채권을 가진 사람들이 승자 대열에 서게 된다. “버블 붕괴 이후 헐값 판매를 이용하면 단기간에 엄청난 부를 쌓을 수 있다.”

저자의 주장에 불편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저자의 주장이 말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명백한 사실은 그의 책은 주장이 아니라 실증 분석서라는 점이다. 그리고 선동적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대단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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