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골드만삭스는 혁신기업 발굴ㆍIPO 일사천리”…규제 갇힌 금투업계

입력 2017-10-23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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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브리핑룸에서 30대 핵심 과제를 담은 '증권사 국내외 균형발전 방안'을 발표하며 국내 금융투자업계가 겪는 어려움에 대해 토로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금융투자협회)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브리핑룸에서 30대 핵심 과제를 담은 '증권사 국내외 균형발전 방안'을 발표하며 국내 금융투자업계가 겪는 어려움에 대해 토로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금융투자협회)
“골드만삭스는 성장성 있는 스타트업 기업들에 직접 투자하고 대출도 해주고 상장까지 시켜 차익을 얻는다. 매우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해외 투자은행(IB)들의 스탠다드(표준)라고 볼 수 있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브리핑룸에서 30대 핵심 과제를 담은 ‘증권사 국내외 균형발전 방안’을 발표하며 모험자본 투자 활성화를 위한 국내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이번 핵심과제는 외국계 IB 대표와 베스트 애널리스트 인터뷰, 업계 공동 TF 구축 및 운영, 해외기관 미팅을 거쳐 선정됐다.

황 회장은 “우리나라는 (증권사들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하면 상장 주관을 할 수 없다”며 “이해상충 소지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양쪽 주장 모두 일리가 있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결국 IMF 위기 이후 국내 금융회사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다보니 과도한 규제가 적용됐다는 얘기다.

이를 위한 해결방안으로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제시했다. 현재 골드만삭스 등 해외 IB들은 투자한 회사의 기업공개(IPO)를 마친 후 해당 회사가 재무제표 조작 문제 등에 직면하게 되면 강력한 처벌을 받는다. 최고 책임자에 대한 사후 제재를 강화해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규제를 지키도록 만든다는 얘기다.

같은 선상에서 해외의 경우 상장사와 증권업계의 자율 영역인 합병가액 선정 과정 또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상장사가 합병을 하려면 이사회 결의나 합병 결의 전 특정 시점의 주가를 산술평균한 값을 합병가액으로 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와 관련 황 회장은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합병가액이 정해져있지 않고 이사회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며 “이는 역사적 문제 때문으로 국내에는 대기업들의 이사회에를 믿지 않는 풍토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건이다.

그러면서 “이제는 우리가 미국이나 영국, 일본처럼 이사회의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를 부과하고, 이사회가 회사 이익을 위해 상대방으로부터 인수합병(M&A) 요청을 받았을 때 주주의 최대 이익을 끌어내기 위해 합병가액이나 비율 정하는 선진 시스템으로 나아갈 때가 됐다”며 이사회에 대한 신뢰 회복을 촉구했다.

자본시장 참여 플레이어를 늘리기 위해선 투자자 보호에 대한 개념과 용례 재정의가 필요하다는 주문도 내놨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투자자는 일반 개인뿐만 아니라 전문 투자자, 법인과 연기금 등을 모두 포함한다. 이 과정에서 ‘보호가 필요한’ 투자 취약계층과 전문지식을 갖춘 투자자들에 대한 경계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다.

황 회장은 “개인 투자자 안에는 프로급 슈퍼개미도 있고 금융지식이 없는 80대 투자자같은 취약 계층도 있는데, 투자자 보호는 마지막 사람에만 해당한다”며 “우리나라 금융투자산업 발전과 투자자 보호 동반 위해서는 보호해야할 투자자의 범주를 정확하게 정의하는 게 중요할 듯하다”고 강조했다.

협회가 운영하고 있는 비상장주식 전문거래시장인 ‘K-OTC’ 활성화를 위해 과세 제도 변화도 촉구했다. K-OTC는 효율적인 엑시트(Exitㆍ자본회수)와 비상장주식 거래의 양지화를 위해 마련된 합법 시장이다. 정부가 K-OTC와 일반 비상장주식 거래시장을 가리지 않고 소액주주들에 증권 거래시 발생하는 양도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이를 비과세로 돌려달라는 주문이다.

자산운용사 등 자산관리업계 발전을 위해 국내 퇴직연금시장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주문도 함께 내놨다. 현재 국민들의 노후 자산을 책임지는 퇴직연금의 평균 수익률이 2% 내외라는 점에서 은행 예금 대신 수익률을 높일 혜안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황 회장은 “퇴직연금의 경우 회사가 사업자를 통해 안전히 운영되지만 수익률은 2%가 안되는 수준으로 거의 원금보장 수준에 불과하다”며 “이런 퇴직연금을 호주식 기금형으로 바꿔서 내 퇴직연금이 특정 증권사나 은행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기금 형태로 바꿔 국민연금이나 공무원공제회처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황 회장은 최근 금융당국이 초대형 IB 발전방안에 대해 회의적 스탠스를 보이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원전 공론화 과정에도 그랬듯 숙의민주주의를 거치고 있는 상황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성숙 단계로 본다”며 “초대형 IB에 대한 필요성은 인정됐지만 발생 가능한 위험요소를 미리 지적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위험요소를 사전에 제거하기 위해 국회, 정부와 함께 논의를 지속해나갈 것이란 다짐이다.

아울러 “일각에서 우려하듯 초대형 IB의 대출 규모가 엄청 늘어날 것이라 생각하는데 정부가 초대형 IB 사용계획을 보니 향후 3년간 기업금융에 쓴다는게 5조~6조밖에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5대 대형은행의 기업금융이 600조 원에 달하는데 5조 원으로 치면 고작 1%에 불과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또 증권회사들이 다루는 기업금융 고객과 은행이 다루는 고객은 영역이 다르다”며 “삼성전자나 POSCO 등 신용등급이 높은 회사는 증권사로 오지 않고, 신용도가 낮고 담보가 없어 은행에서 대출을 못 받는 회사들이 증권사들의 주고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출업무 영역 침해란 은행의 비판에 정면으로 일침을 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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