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도부가 개편되는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9차 당대회)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24일 폐막을 앞두고 새로운 지도부가 서서히 윤곽이 드러나는 가운데 이미 한 가지는 확실하다. 시진핑 집권 1기에 이어 집권 2기에서도 여성에 대한 중국 정치권의 유리천장은 여전히 높고 단단할 것이란 점이다.
중국 건국 이래 여성 최고 지도자는 한 번도 없었으며 국가 정책을 결정하는 최고 권력기구인 정치국 상임위원회 상무위원 7인에는 여성이 단 한 명도 없었다. 다만 25명으로 구성된 정치국에는 류옌둥(劉延東·72) 부총리와 쑨춘란(孫春蘭·67) 중앙통전부장 등 2명의 여성 정치국원이 있지만 이마저도 올해 모두 은퇴를 앞두고 있다. 결국, 내년이면 정치국 전체에 여성의 존재는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중국의 여성 리더십 부재는 홍콩과 대만 등 이웃국가와 비교했을 때 더 극명하다. 지난 7월 친중국 성향의 캐리 람은 홍콩의 최초 여성 행정장관에 올랐으며 대만에서는 지난해 차이잉원이 대만 최초 총통 자리에 올랐다. 이 밖에 한국이나 태국, 미얀마 싱가포르 등 주요 아시아 국가에서는 일찌감치 여성 국가 지도자를 배출한 경험이 있다. 중국 건국의 아버지 마오쩌둥은 “여성들이 하늘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다”면서 여성의 역할을 강조했지만, 그가 사망하고 40년이 지난 지금 중국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여성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유독 중국 정치판에서는 여성의 입지가 좁을까. CNN이 22일(현지시간) 원인을 분석해 소개했다. CNN은 가장 먼저 아직 남아있는 남녀 차별적 정책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중국 헌법상 남녀평등을 보장하지만 남녀 차별은 광범위하게 남아있다. 당장 정년 정책에서도 이러한 차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공무원의 임기의 남녀 격차는 최대 10년 가까이 차이 난다. 남성 공무원 정년이 60살이라면 여성은 보통 50세나 55세에 퇴직한다. 이러한 정책은 보통 60대에 간부급으로 진급하는 중국 정치권에서 여성의 간부급 진출을 막는 장벽이 되고 있다고 CNN은 지적했다. 민간 기업이나 학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국 여성의 성공 신화가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유독 정치 분야에서만큼은 여성 성공 스토리가 드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남성 중심 술 문화인 중국 바이주 문화도 여성 정계 진출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중국 연회장이나 회동에서는 중국 바이주(白酒)는 항상 등장하는 데 이 자리에서 음주 여부는 중국 여성에게 딜레마가 된다고 CNN은 지적했다. 남성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게 된다면 여성으로서 일상생활 유지가 자칫 어려워지게 될 수 있다는 인식에서 벗어날 수 없다. 만약 이러한 술자리를 거부하게 된다면 영향력 있는 인사들과 접촉할 기회를 잃게 된다. 다만 시 주석이 반부패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이러한 연회나 회동이 크게 줄어들면서 이러한 문화 역시 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서구에서는 페미니즘 성향의 사회운동가와 정치인들의 주도 하에 여권 신장이 이뤄졌지만, 중국에서는 페미니즘의 기본 개념을 표현하는 것조차 아직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사설을 통해 여성인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정치 스타일을 “극단주의”라고 비난했다. 비난의 근거는 그가 미혼 여성이라는 이유였다. 이 사설은 논란 끝에 온라인 사이트에서 삭제됐지만, 이는 중국 정치권이 거침없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여성들을 대하는 태도의 대표적인 예로 남게 됐다고 CNN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