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 13일 발표한 올 3분기 영업이익 잠정치는 14조5000억 원. 사상 최대 실적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분기마다 최고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일등 공신은 반도체다. 부문별 수치는 오는 31일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업계에서는 반도체 사업 부문에서 10조 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올렸을 것으로 추산한다. 무려 전체 영업이익의 70%를 반도체 사업 한 부문에서 거둬들인 셈이다.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3조 원대 후반이다. 이 회사는 작년 2분기 4529억 원의 영업이익으로 바닥을 찍은 후, 4분기 영업이익 1조 원 클럽에 복귀했다. 올해는 1분기 2조 원을 넘었고, 2분기엔 3조 원을 뛰어넘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선두주자다. 전세계 시장에서 두 회사의 D램 점유율을 합하면 71%에 달한다. 낸드플래시 역시 50%에 육박한다. 반도체 슈퍼호황기를 맞아 두 회사가 승승장구하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금융 및 증권가에선 반도체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해 4분기까지 반도체 가격의 강세가 전망되지만, 내년부터 가격 인하 압박이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시장이 내년 가격환경에 영향을 미칠 리스크들을 무시하고 있다”며 “업계의 공급전략 변경, 도시바 매각구조의 변경, 애플 부진 등으로 인한 부품가 인하압력 등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삼성의 D램 투자는 올해 7조~8조 원에서 내년 13조~14조 원 수준으로 급증할 것”이라며 “삼성의 공급전략이 효율성에서 물량증가로 변화하면서 공급 과잉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황 연구원은 또 도시바 매각구조의 변경이 향후 가격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다수의 소비자가 도시바의 자본과 공급을 확보한 이상 자연히 가격 하락을 유도할 것이므로, 전반적인 산업 내 가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근영 한국은행 동향분석팀장도 ‘최근 반도체산업 주도 경기회복에 대한 평가’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산업이 한국 경기를 주도하는 현상이 내년 하반기부터 점차 약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른 일각에선 반도체 업황 호조가 내년까지는 계속될 것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올해 4분기부터 내년까지 삼성전자 등 반도체 업체의 실적 컨센서스가 대폭 상향 조정될 것이란 설명이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반도체 업체의 주가 약세는 과도하다. 업계 설비투자 확대에도 불구하고 공급 과잉 가능성은 적다”며 “반도체 가격 상승은 지속될 것이고, 이는 공급 부족과 대기 수요 발생을 의미한다. 2018년 수요는 적어도 2017년보다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그는 “실제 반도체 가격이 하락해도 그 하락세는 짧고, 하락 폭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과점 구도에서 가격 하락시 신규 투자는 지연되거나 규모가 줄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