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없다더니 할인 축소”…기업당 年 4000만원 추가 부담

입력 2017-10-2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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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심야시간·주말 할인폭 축소 추진… 野 “요금 현실화 아닌 기업 옥죄기” 비판

정부는 전력 수요 관리와 전기요금 제도의 합리적 개선을 위해 ‘산업용 경부하 시간대(오후 11시부터 오전 9시) 요금’을 현실화 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산업용 경부하 요금은 전체 전기사용량의 50% 가량을 차지하고 있지만, 공급원가 이하의 요금을 적용받는다.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밀어붙이는 까닭은 탈(脫)원전·탈석탄으로 인한 불안한 전력수급 체계를 보완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주택용 전력의 4배를 쓰는 산업용 전력수요 감축이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국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원자력 발전비중이 32.5%에서 올해 상반기 29%로 3.5% 감소하는 상황에서, 같은 기간 LNG와 석탄(유연탄) 연료비가 각각 7.2%, 36% 상승하며 한전의 발전연료 구입비가 전년도 대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당 일각에선 값싼 산업용 전기요금이 기업에 대한 특혜이며, 기업의 에너지 과소비를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전이 전력 구매단가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전력 다소비 기업 대상 경부하 시간대 전력 요금을 책정했다고 지적했다.

최근 5년간 kW(킬로와트)당 한전의 경부하 시간대 산업용 을종 평균 구매단가는 77.52원인데 비해 전력 다소비 10대 기업에 대한 판매가격은 69.31∼64.56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용 경부하 전력 관련 한전의 전체 손실액은 최근 5년간 1조9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은 지난 7월 인터뷰에서 “우리나라가 산업용 전기요금이 세계적으로 싸다. 이를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것은 탈원전 정책이 아니어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업용 전력은 계약전력 300kW를 기준으로 그 미만이면 갑종, 이상이면 을종으로 구분된다. 갑 요금제는 대부분 중소기업, 을 요금제는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이 주로 쓴다. 을종에 해당하는 기업은 약 4만3000여곳이다.

경부하 요금은 상대적으로 전기소비가 적은 밤 시간대나 주말에 적용되는 전기료다. 최저가가 킬로와트시(kWh)당 52.8원으로 지난해 산업용 평균인 107.11원의 절반 수준이다. 전체 산업용 전기 사용량 가운데 48%가 이 시간대에 소비된다. 기업들은 현재 전기료가 가장 싼 경부하요금(10시간 적용), 중간부하(8시간), 한낮에 적용되는 최대 부하(6시간) 등 세가지 요금을 적용받고 있다. 최대 부하(오전 10~12시, 오후 1~5시)는 전력 수요가 많아 요금이 가장 비싸다.

정부 방향대로 경부하 요금 할인축소 시 전기요금 큰 폭 상승은 불가피하다.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산업용 경부하대 요금의 할인 폭을 10∼70%까지 축소할 경우 기업은 연간 최소 4962억 원에서 최대 3조4736억 원까지 추가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산업용 전기요금을 기준으로 전체 기업 당 최소 577만 원에서 최대 4041만 원을 추가로 내야 하는 셈이다.

에너지 다소비 기업들은 산업용 전기료 인상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철강과 조선, 정유화학, 전자 업종은 전력 수요가 많아 전기요금 의존도가 높고 원가 측면에서도 민감하다. 24시간 설비가 가동되는 정유화학 업체들은 전기요금을 1%만 올리더라도 연간 수십억 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정 의원은 “원자력을 줄이고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발전시설이 줄면 전기요금의 인상은 필연적이지만 산업부는 5년 내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고 했다가, 내년 산업용 경부하 요금을 차등 조정하겠다면서 말바꾸기를 하고 있다”면서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것을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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