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신고리 원전 공론조사가 남긴 의미

입력 2017-10-24 13:00 수정 2017-10-31 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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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헌 수석부국장 겸 기업금융부장

천만다행(千萬多幸)이다.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재개 여부를 논의해 온 시민참여단이 ‘건설 중단’을 선택할까 봐 내심 걱정했다.

그렇다고 필자가 탈원전 반대론자는 아니니 오해 마시길. 사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수긍하는 입장이다.

6년 전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폭발사고를 목격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랬을 것이다. 원전 폭발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 규모에 대해 논란이 있지만, 일본 경시청이 공식 집계한 동일본 대지진 인명 피해는 사망자 1만5893명, 행방불명자 2556명에 달한다.

인명 피해가 원전 때문이 아닌, 대지진 때문이라고 치자.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 반경 20㎞ 안은 사람이 살 수 없는 ‘죽음의 땅’으로 변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방사능은 토양, 지하수, 동식물 등을 오염케 하고, 이는 결국 인명 피해로 이어지게 된다.

만약 우리나라와 같이 작은 나라에서 원전 폭발 사고가 난다면 어떻게 될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탈원전 정책에 수긍한 이유는 또 있다. 수십 년간 해법을 찾지 못하는 ‘핵 쓰레기’ 때문이다. 중저준위 방사능 폐기물은 2015년 경주에 방폐장을 건설해 보관할 곳이 있지만, 고준위 방사능 폐기물(사용후 핵연료)은 원전 내 임시로 보관하고 있다. 이마저도 2019년 이후에는 저장 공간이 없다.

방폐장 건립 문제는 한시가 급하지만, 모두가 “우리 동네는 안 된다”며 손사래를 친다. 노무현 정부 당시 전북 부안에 중저준위 방폐장 건설을 추진하려다, 지역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결국 경주에 건설했다.

아무리 원전이 저렴하고 깨끗한 에너지라고 해도 관리 위험과 사후처리 문제를 고려하면 원전 건설을 반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신고리 5·6호기 건설 논란 과정을 보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탈원전을 위해 우리가 경제적, 산업적으로 너무나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경제적인 측면을 보자. 원전을 없애고 대신 LNG,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한다고 하지만 전기료 부담이 커진다. 구체적인 인상률은 전문가마다 셈법이 다르니, 거론하지 않더라도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시 누군가 부담해야 하는 2조6000억 원의 매몰 비용도 난제였다. 이뿐인가, 700여 개의 신고리 건설 관련 기업의 경영난과 수천 명에 달하는 근로자들의 실업 문제도 외면할 수 없다.

산업적인 손실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는 세계가 인정하는 원전 강국이다. 탈원전 정책을 유지할 경우 국내 원전산업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40년간 쌓아온 원전 기술력을 우리가 발목을 잡아선 되겠는가.

특히 원전은 한 번 수주하면 수십조 원 규모이다. 2009년 UAE에 186억 달러 규모 원전 4기를 수출했다. 원전 수출은 단순히 건설만 해 주는 것이 아니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60년간 UAE 원전 운영권을 따냈다. 그 규모가 54조 원에 달한다. 자동차 228만 대를 수출한 것과 같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30년까지 세계 원전시장 규모를 300조 원으로 전망한다.

신고리 5·6호기 공론조사에 참여한 시민참여단도 탈원전에 따른 득실을 고민을 했던 것 같다.

네 차례 진행된 공론조사 결과를 보면 시민참여단이 숙의 과정에서 어떤 고민을 했는지 미뤄 짐작하게 한다.

2만 명이 참여한 1차 조사 때는 건설재개 36.6%, 건설중단 27.6%, 판단유보 35.8%로 3가지 답변 비중이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2차 조사에서는 건설 재개 44.7%, 건설 반대 30.7%로 14%포인트 차이를 보이더니, 3차 조사 때는 57.2%대 39.4%로 17.8%포인트로 확대됐다. 마지막 4차 조사에서는 건설재개가 59.5%로 건설반대 답변과 19%포인트 차이가 났다. 당초 예상과는 달리 큰 폭의 차이에 모두가 놀랐다.

시민참여단은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재개 결정과 함께 ‘원전 축소 에너지정책’을 함께 권고했다. 신고리 5·6호기 까지는 짓되, 중장기적으로는 원전을 없애자는 것이다.

이번 권고는 471명 시민참여단 결정이 아닌, 5000만 국민의 준엄한 목소리로 받아 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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