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달쏭思] 홍길동과 홍자 길자 동자

입력 2017-10-24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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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 성함이 어떻게 되는가?” “아, 네. 홍자 길자 동자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많이 듣는 대화이다. 상대방의 부모님이나 조부모님 등의 이름을 물을 때 묻는 사람도 ‘이름’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 ‘성함’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답하는 사람도 곧바로 ‘홍길동’이라고 답하지 않고 낱글자로 풀어서 ‘홍자 길자 동자’라고 답한 것이다.

옛사람들은 이름을 매우 존중했다. 손윗사람의 이름은 반드시 ‘홍길동’이라고 대놓고서 마구 부르지 않고 낱글자로 풀어 불렀는데 이런 예절을 ‘기휘’라고 한다. 기휘는 ‘忌諱’라고 쓰며 각각 ‘꺼릴 기’, ‘이름 휘’라고 훈독한다. 이름 부르기를 꺼린다는 뜻이다. 즉 조상이나 높은 사람의 이름을 입에 올리는 것을 꺼려 어쩔 수 없이 이름자를 입에 올릴 때에는 반드시 “무슨 자 무슨 자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특히, 돌아가신 분의 이름은 반드시 그렇게 낱글자로 풀어서 말해야 한다.

그런데 앞서 예시한 “아버님 성함이 어떻게 되는가?” “아, 네. 홍자 길자 동자입니다”는 둘 다 잘못된 예문이다. 상대방에게 아버님 ‘성함’을 물어서는 안 된다. 상대방과는 통성명(通姓名:서로 성과 이름을 밝히는 인사를 나눔)을 한 상태이기 때문에 상대 집안의 성은 이미 알고 있으므로 “아버님 함자가 어떻게 되는가?”, 즉 아버님 이름에 사용하는 글자가 어떤 글자냐는 것만 물어야 한다.

‘성함’은 성과 함자, 즉 성과 이름을 아우르는 말이므로 성함을 물으면 이미 통성명한 상대에게 성을 또 한 번 묻는 결례를 범하는 꼴이 된다. 답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이미 상대가 자기 집안의 성을 아는 상태이므로 ‘홍자’라는 말은 빼고 “길자 동자입니다”라고만 해야 한다.

우리말에 존칭이나 공대하는 말이 너무 많아서 어렵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지만 존칭이나 공대말은 우리말이 가진 특별한 장점이기도 하다. 제대로 사용할 때 더욱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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