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수도 리야드에서 세계적인 큰 손들을 반긴다. 24일(현지시간)부터 3일간 대규모 투자 콘퍼런스를 여는 사우디가 외국 자본 유치를 위해 적극적인 구애를 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사우디 정부가 주최하는 이번 투자 콘퍼런스에는 금융인, 사업가, 정부 관료 등을 망라한 세계 큰 손들이 대거 참석한다. 블랙스톤의 스티븐 슈워츠먼 회장,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 미국의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이 주요 참석자다. 사전 등록된 참석자만 3500여 명이며 이들이 관리하는 자산만 22조 달러에 달한다.
사우디는 경제 성장을 위해 석유 의존도를 줄이는 산업 다각화와 사회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주축은 32세의 모하마드 빈 살만 왕자다. 살만 왕자는 작년에 사우디의 장기 경제 성장 비전인 ‘비전2030’을 제시하며 탈 석유 정책에 속도를 냈다. 2014~2015년 저유가로 경제에 큰 타격을 받고 나서 산업 구조를 다변화하는 것만이 경제 성장의 해법이라고 여긴 것이다.
최근 사우디가 여성 운전을 허용한 것도 비전2030를 실천하기 위한 단계 중 하나다. 이슬람 국가 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사우디는 여성 운전을 허용해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율을 높이고자 한다. 현재 22%에서 불과한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율을 2030년까지 30%로 올리는 게 비전2030의 목표다.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로빈 니블렛 소장은 “사우디의 살만 왕세자는 24일 연설에서 보수적인 왕국을 현대화하는 데 방점을 찍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니블렛 소장은 “사우디에는 새로운 활력이 필요하다”며 “불로소득에 의존하는 사회 구조를 바꿔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블랙스톤의 슈워츠먼 회장은 “사우디는 경제 다각화와 더불어 사회 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세계 큰 손들이 사우디에 흥미를 느끼는 이유를 설명했다. 정치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의 이안 브레머 대표는 “사업가들은 사우디를 큰 기회로 여기고 있다”며 “사우디를 정말로 움직일 준비가 되어 있는 돈, 그 자체로 여긴다”고 밝혔다.
다만 석유에 크게 기대는 산업 구조가 굳어진 만큼 단기간에 변화를 이루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사우디의 경제 성장률이 0에 가까울 것으로 전망했다. 아부다비상업은행의 모니카 말렉 이코노미스트는 “당국의 지원 없이 사우디는 성장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