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文 '일자리 공약'에 엇박자…“선별작업 통해 정규직 전환”

입력 2017-10-24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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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반해, 정규직 전환 ‘가이드 라인’ 발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취임 이후 여러 차례 강조된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 정책이 과학기술분야에서는 사실상 무산될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25곳 출연 연구기관의 비정규직 6400여 명을 대상으로 가이드 라인(선별작업)에 따라 정규직 전환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24일 ‘정부 출연연구기관(출연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출연연에서 상시 또는 지속 업무를 수행하는 비정규직 근무자 가운데 '가이드 라인'에 따라 정규직 전환 대상자를 선별하고 이들에 대한 정규직 전환작업을 내년 3월까지 마무리한다"고 밝혔다.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를 천명해온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제3차 회의'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를 천명해온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제3차 회의'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규직 전환 대상자 선별하는 '가이드 라인' 발표=앞서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지난 18일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을 의결하고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를 기본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 교육 서비스의 질 제고를 위해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계획을 적극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일자리 위원회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자, 취임 이후 여러 차례 강조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의 일환으로 구성됐다.

정부는 향후 5년 동안 전국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20만 명을 직접고용 형태의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를 포함해 2020년까지 공공부문에서만 모두 81만 명분의 일자리가 새로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과기정통부가 밝힌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은 지난 7월 20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의 후속조치 가운데 하나다. 과기정통부는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출연연의 특성을 최대한 반영해 가이드 라인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반면 대통령 직속 일자리 위원회의 정규직 전환 5년 로드맵과는 엇갈리는 정책인 것으로 풀이된다. 각 출연연이 가이드 라인에 따라 정규직 전환 기준을 정하고 비정규직 근로자 가운데 대상자를 선별하겠다는 정책이다.

과기정통부는 정규직 전환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며 “기관별로 비정규직의 운영 방식, 비정규직 근무자가 수행하는 업무 특성이 다양해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데 애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유국희 연구성과정책관은 “과학기술분야의 특성상 박사후 연구직이나 연구직의 일괄적인 정규직 전환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사실상 출연연의 비정규직 제로화가 무산됐음을 인정했다.

일각에서는 과기정통부의 이같은 정책이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당시 공약한, 나아가 취임 이후에도 여러 차례 천명한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화(化)’ 정책과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 등에 반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과기정통부 역시 산하 출연(연) 25곳의 비정규직 6400여 명을 대상으로 정규직 전환 대상자를 추려내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정규직 전환 대상자의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이진규 과기정통부 제1차관이 24일 정부과천청사 과기정통부 기자실에서 '출연(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있다. 사실상 가이드 라인에 따른 선별과정을 거쳐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사진제공=과기정통부)
▲이진규 과기정통부 제1차관이 24일 정부과천청사 과기정통부 기자실에서 '출연(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있다. 사실상 가이드 라인에 따른 선별과정을 거쳐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사진제공=과기정통부)

◇기관별 대상자 선별해 내년 3월 마무리=다만 과기정통부는 정부 정책 취지에 맞게 상시 또는 지속업무는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원칙을 추진한다. 나아가 출연연의 경우 상시‧지속 업무에 대한 해석은 그 범위를 확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예컨대 연구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채용한 비정규직 인력이라도, 통상적으로 계약을 연장해가며 다년 간 또는 다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등 그 간의 운영 형태에 따라 상시 또는 지속 업무로 간주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출연연 연구 수행 시 안전과 관련이 있거나 폭발물‧유해물질 처리 등 위험도가 있는 업무는 정규직화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각 출연(연)은 기관별로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기간제)’와 함께 ‘정규직 전환 협의기구(파견‧용역)’를 별도로 구성하고 전환계획을 수립 후 과기정통부 협의, 기관별 내부규정 상 절차에 따라 전환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비정규직 가운데 일부는 정규직 전환 대상자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유 국장은 “이번 가이드 라인에 따라 비정규직 가운데 정규직으로 전환될 대상자를 각 기관(출연연)에서 선별하게 된다”고 밝혔다.

파견 또는 용역의 경우에는 12월까지 정규직 전환계획(전환대상 업무, 전환인력 선정 기준, 방식, 일정, 임금체계, 정년, 처우 등)을 확정하고, 내년부터 민간업체의 계약기간 종료 시점에 전환을 추진한다. 기간제의 경우, 12월까지 정규직 전환계획(전환대상 업무, 전환 인력 선정 기준, 방식, 일정 등)을 확정한 후 내년 3월까지 전환 대상자의 정규직 전환절차를 완료할 계획이다.

과기정통부 이진규 제1차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을 통해 “그동안 우수인력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연구기관의 특성과, 출연(연) 연구일자리 진입 경쟁에서의 ‘경쟁기회 공정성’ 등을 고려해 ‘현 근무자’ 전환이 아닌 경쟁채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연구기관이라고 하더라도 현재 연구 성과에 기여하고 있는 ‘현 근무자’의 고용안정을 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이 정책의 취지에 더 부합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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