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호의 세계는 왜?] 시진핑·아베, 장기집권 쾌재 부를 때 아냐… 빚 문제부터 해결하라

입력 2017-10-25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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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경제부 차장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장기 집권의 기반을 확고히 다졌다. 그러나 두 정상 모두 쾌재(快哉)를 부를 때가 아니다. 경제의 근본 문제인 부채를 해결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 모두 정치적으로는 유례없는 성공을 거뒀다. 시 주석은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19차 당대회)를 통해 마오쩌둥(毛澤東)에 이어 가장 강력한 중국 지도자로 자리매김했다. 아베 총리는 조기 총선 베팅에 성공해 집권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이 개헌 발의 의석 수인 310석을 넘었다.

중국과 일본의 경제 상황도 좋은 편이다. 중국은 경기 둔화를 우려하는 해외 전문가들을 비웃듯 올해 경제성장률이 정부 목표인 6.5%를 넘을 것이 확실시된다. 일본 증시는 아베노믹스가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로 20여 년 만에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호사다마(好事多魔·좋은 일에는 탈도 많다)’라는 말을 새겨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단언컨대 빚이 이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가장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너무 식상한 소리이지만, 두 정상이 부채 문제 해결에 얼마나 진지하게 접근하는지 여전히 의문이 크다는 평가이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제19차 당대회가 열린 올해 중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시 주석이 이번 당대회에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인 ‘중국몽(中國夢)’을 위해 분투하자고 부르짖었지만, ‘산더미처럼 쌓인 부채에 의존하는 경제성장’이라는 근원적인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경고장을 미리 낸 것이다.

내년 3월 은퇴를 앞둔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 총재는 지난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연상하는 ‘민스키 모멘트(Minsky Moment)’라는 단어로 중국 부채 문제의 심각성을 상기시켰다. 민스키 모멘트는 과도한 부채 확대나 경기 부양적인 통화정책에 따른 장기간의 경제성장이 끝나고 갑자기 자산버블이 붕괴하는 것이다. 15년간 중앙은행 총재로서 격동의 세월을 거친 저우 총재가 시 주석에게 보내는 마지막 충언(忠言)은 아닐는지.

아베 총리 역시 조기총선 승리를 좋아할 때는 아니다. 이미 일본 정부의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두 배가 넘는다. 부채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하는 것은 ‘인구학적인 시한폭탄(Demographic time bomb)’이다. 일본은 이미 전체 인구의 약 28%가 65세 이상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일본은 노인이 너무 많아 젊은이들이 일해서 빚을 갚아 나가기에는 벅찬 수준이 된 것이다.

이에 시진핑과 아베 모두 지금이 밤잠을 설칠 정도로 괴로운 순간이라는 점을 거듭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50년까지 중국을 세계 최강국으로 만들겠다는 시 주석의 장밋빛 목표나 2020년 도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는 한편 일본을 전쟁이 가능한 국가로 변모시키겠다는 아베의 구상 모두 ‘부채’라는 문제에 발목이 잡힐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시 주석과 아베 총리는 가장 강력한 지도자에서 실패한 리더로 전락할 수 있다.

그러나 전망이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니다. 양국 관리들이 지금까지 나온 부채 문제에 대한 경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대응책을 마련하면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중국과 일본은 한국 경제에 있어 마치 한몸처럼 중요하다. 이런 두 나라가 미국의 금융위기를 재연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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