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웰링턴시티 로열 웰링턴 골프클럽에서 26일 개막한 아시아-태평양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받은 첫 인상이다. 대회장은 웬만한 프로골프대회보다 화려하고 알차게 꾸며졌다. 대회코스는 의미심장할 정도였다. 무려 준비를 2년 동안이나 했다. 주식회사가 아닌 멤버십으로 운영하는 로열 웰링턴 골프클럽의 모든 임직원들은 대회개최가 결정되고 눈코 뜰새 없이 바쁘게 움직였다.
아마도 일반 골퍼들에게 이 대회의 느낌을 물어보면 10명중 9명은 그냥 아마추어 친선대회로 여긴다. 지난해 국내 인천 송도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에서 열렸을 때만해도 ‘그들만의 리그’인 줄 알았다.
그러나 대회를 준비한 3개 단체는 ‘골프계의 큰손’이었다. 마스터스를 주최하는 오거스타내셔널 골프클럽(회장 프레디 리들리), 디 오픈을 개최하는 영국왕실골프협회(R&A·회장 마틴 슬럼버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골프대회를 총괄하는 아시아-태평양 골프협회(APGC·닥터 데이비드 체리)였다. 그래서 였을까. 운영이나 시설면을 보면 아마추어 대회장이면서 메이저급 프로 대회장을 연상케 했다. 골프를 생각하고 실천하는 ‘눈높이’가 달랐다는 얘기다.
대회를 창설한 것은 2009년. 첫 대회는 중국 심천 미션힐스컨트리클럽 월드컵코스에서 열렸다. 우승은 한국의 한창원에게 돌아갔다. 그런 대회가 벌써 9회째를 맞은 것이다.
어찌 보면 그냥 아마추어 대회인데 3개의 단체 수장이 다 모였다. 그리고 대회전에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각국 골프협회 회장들이 모여 아마추어 및 골프발전을 위한 컨퍼런스를 열었다.
선수에게는 무엇보다 ‘꿈의 무대’인 미국프로골프(PGA) 마스터스와 디 오픈 출전자격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물론 우승자에게 해당하지만. 일단 ‘당근’을 던진 셈이다.
미국과 영국에서 이런 기회를 마련한 것은 아시아-태평양 여러 국가가 상대적으로 골프가 열악하기가 때문이다. 특히 부탄, 이라크, 사모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국가를 대상으로 골프 기회를 준 것이다.
참가국 중 국내총생산(GDP)으로 보면 경제적으로 가난한 나라는 GDP 순위가 없는 쿡 아일랜드 18홀(2개)를 비롯해 솔로몬 아일랜드(24위) 18홀(1개), 파푸아 뉴기니(43위) 18홀(2개), 파키스탄(53위) 18홀(2개), 부탄(72위)은 9홀(1개)이 있다.
대회를 두고 3개 단체가 분업화하는데 성공했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모든 비용을 댄다. 대회 코스 및 선수 선발은 R&A가 한다. 그리고 APGC가 주관한다.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는 모두 주최 측에서 초정한다. 항공료부터 숙박, 식사까지 전부 부담한다. 40개국이 참가하는데 이번 대회는 이라크 선수가 비자발급이 안돼 불참했다. 나머지 39개 120명이 출전했다. 한국은 국가대표 3명과 미국, 브라질, 뉴질랜드에서 거주하는 한국선수 3명이 출전했다.
그런데 재미난 사실은 2라운드 마치고 컷탈락해도 선수들은 짐을 싸지 못한다. 대회가 끝날 때까지 대회장을 지키거나 뉴질랜드에서 놀아야 한다. 물론 관광 비용은 모두 주최 측에서 준다.
이들은 3개 단체는 분명 남다른 골프생각을 하는 것 같다. 말로만 골프발전을 외치는 사람들과는 분명 다른 차원의 골프를 생각하는 것 같다.
이들은 내년부터 여자 아시아 태평양 아마추어 챔피언십을 창설한다. 내년 2월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클럽에서 열린다.
아시아-태평양 아마추어 챔피언십은 모든 것이 프로 중심으로 가는 골프계에서 이 대회 창설은 신선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웰링턴(뉴질랜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