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貨殖具案(화식구안)] 10·24 대책, 금리인상 대비해야

입력 2017-10-27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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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4일 발표한 가계부채 종합대책의 골자는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 중도금대출 보증 축소, 부동산임대업 대출 규제 등이다. 쉽게 말해 은행으로 하여금 돈을 빌려줄 자격을 더욱 엄격하게 함으로써 늘어나는 가계부채를 잡겠다는 고전적 정책이다.

그러면 가계부채는 왜 증가하게 되었는가? 역대 정부가 그랬듯 과거 박근혜 정부는 출범 초기 의욕이 앞선 나머지 엄청난 양의 경제정책을 쏟아놓았다. 그러나 정책들이 별로 효과를 보지 못하자 두 번째 경제부총리로 취임한 최경환 부총리는 부동산 가격을 띄워 경기를 부양하려는, 지극히 고답적인 정책에 몰두한다. 이를 위해 일단 LTV(주택담보대출비율)·DTI에 의한 대출상한선을 대폭 완화하는 동시에 이주열 한은 총재를 만나 금리 인하를 강력하게 밀어붙인다.

이에 따라 한은은 2014년 8월부터 총 다섯 차례에 걸쳐 0.25%P씩 금리를 인하하였고, 그 결과 2014년 중반까지도 2.5%이던 기준금리는 현재와 같은 1.25%까지 인하된다. 여기에다가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대폭 완화해준 덕분에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 가계부채는 고삐 풀린 것처럼 무섭게 증가하기 시작한다. 2014년 말만 하더라도 1000조 원 수준이던 가계부채는 현재 1400조 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등 3년 만에 40%나 폭증했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얘기하자면, ‘부채’라는 상품에 대해 정책적으로 수요와 동시에 공급을 늘리는 극단적인 Policy Mix(정책조합)를 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즉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는 ‘부채’라는 상품의 수요곡선을 우측으로 이동시킨 결과를 낳았으며, 은행의 LTV·DTI를 완화한 것은 ‘부채’에 대한 공급곡선을 또한 우측으로 이동시키는 결과를 낳아, 급기야 사상 최대 폭의 가계부채 증가를 촉발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가계부채 증가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정책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국세청 등 권력기관을 동원하여 부동산 및 ‘부채’에 대한 수요 자체를 억제하는 한편, 그동안 늘려온 LTV·DTI를 다시 신DTI와 DSR라는 개념으로 바꿔 조이는 공급 억제책이 주된 내용이다. 늘어난 ‘부채’라는 상품의 소비량을 줄이기 위해서 공급을 줄이고 수요를 줄이는 정책은 어쩔 수 없는 정책적 선택이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바로 금리 인상을 통한 수요억제책이지 투가과열지구 지정이나 전매 제한 등 강제적 공권력을 통한 수요억제책이 최선이 아니라는 점이다. 벌써 10·24대책 발표 후 선의의 투자자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마침 한은도 올해 경제성장률이 3% 가까이 나올 것으로 보이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기조에 맞춰 11월 금통위에서 금리를 인상하겠다는 신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금리 인상을 통해 부동산 열기를 진정시키려는 시도가 과거 일본의 1990년대 ‘잃어버린 10년’으로 연결된 사례가 있어 정부는 긴장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가계들의 경우 가계자산의 75%가 부동산으로 이루어져 있어, 부동산 가격 하락이 본격화할 경우 그 충격을 가늠조차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은 향후 2년 이내 금리가 3%대까지 상승할 것이 확실시되며, 따라서 우리도 중립적인 금리정책을 선택한다고 가정하면 향후 2년 약 2% 정도의 금리 상승을 각오하여야 한다.

문제는 그동안 저금리에 취해 있던 취약한 경제체질이 이런 충격을 감당할 수 있을지 여부다. 벌써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저점 대비 40bp나 뛰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국채금리, 나아가 주담대 금리 또한 뛰기 시작하였다. 모름지기 금리 인상에 대비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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