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윤지호 리서치센터장 “코스피 밸류에이션 정상화 업고 내년 2900 갈 것”

입력 2017-10-27 11:14 수정 2017-10-27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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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밴드 연말 상단 2640선, 내년 2900선 제시

올해 코스피지수가 역사적 고점인 2500선을 돌파하면서 고점 논란이 일고 있다. 2007년 2000선에 올랐던 코스피지수가 2500에 당도하기까지 10년이나 걸릴 줄 누가 예상했을까. 미국의 금리인상 변수가 남아 있는 데다, 북한의 잦은 무력 도발에 국내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근거 없는 기우로 치부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2018년 코스피 밸류에이션 정상화 기조가 상승 장세를 드라이브할 것이라며 강력한 낙관론을 펼치고 있는 이가 있다. 올해 초 ‘2017년 증시 전망’을 통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이다. 그는 연초부터 작년 하반기 국내 기업들의 실적 개선세가 올해부터 증시에 본격 반영될 것이라며 한결같은 목소리를 냈다.

24일 서울 여의도 이베스트투자증권 본사 사옥 18층에서 윤지호 리서치센터장을 만나 2018년 국내 증시 전망과 업종별 투자 전략에 대해 물었다.

- 코스피지수가 2500선 돌파 후 주춤한데 연말과 내년 상단을 어떻게 예상하나

“코스피지수의 연말 상단은 2640선, 내년 상단은 2900선을 보고 있다. 현재 코스피지수는 많이 올라온 상태이지만, 밸류에이션 문제로 접근해 보면 절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절대적으로도 낮고, 상대적으로도 낮다. 코스피지수는 전 세계 주가지수 대비 주가이익비율(PER)이 40%나 할인돼 있다. 연말을 떠나서 지금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2배 수준이다. 주가지수는 주당순이익(EPS)과 밸류에이션 지표인 PER를 곱한 값이다. 이를 토대로 코스피지수로 환산하면 2600 정도이다. 만약 1.3배로 밸류에이션을 조금만 높여도 2900선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희한하게도 실적이 확인된 후에야 꼭 다음 해쯤 돼서 밸류에이션에 반영된다. 지정학적 리스크 등 디스카운트 때문에 시장에 불신이 가득하기 때문으로 본다. 이는 2004년과 2005년, 2009년과 2010년 과거 증시에서도 확인된 내용이다.”

- 3분기와 4분기 어닝시즌을 긍정적으로 본다는 얘긴가

“우리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연초 기댓값에 비해 (실제 실적이 공개되면) 감익이 심했다. 올해도 3분기 실적 기대감이 높았지만, 아무도 믿지 않았고 주가도 꺾일 것이란 부정적인 견해가 두드러졌다. 그런데 이 같은 기조가 2016년 3, 4분기 때부터 변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장주들이 기대보다 더 높은 실적을 내놓기 시작했다. 내년 이익 성장률이 주춤해진다고 해서 밀리는 게 아니다. 올해 이익성장률이 지나치게 높았기 때문에 숫자 자체는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주가가 너무 싸기 때문에 (밸류에이션) 레벨도 줄지 않는다. 특히 3분기 국내 기업 실적이 공개된 후 연말 산타랠리도 가능해질 것으로 본다. 우선 대외적 모멘텀인 미국의 소비가 살아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통상 미국은 핼러윈이나 블랙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 등 대형 연휴 이벤트들이 연말에 몰려 있어 갈수록 소비경기가 활기를 되찾는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물가목표 수준이 2%인데 아직 이를 채우지도 못했고, 강한 소비시즌이 예상돼 국내 기업들의 분기 실적도 좋을 것으로 본다.”

- 내년 미국의 금리인상 이슈와 국내 증시 영향은

“물론 금리인상은 중요한 변수이다. 하지만 재닛 옐런 미 연준 의장이 연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 일례로 역대 연준 위원장들은 두 번씩 연임을 하는 게 보통이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초기 마찰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합을 맞춰가는 분위기이다. 때문에 내년 미국 금리인상 속도가 갑작스럽게 빨라질 확률은 제한적이라고 본다. 현 수준으로 증시 환경이 유지될 것이란 얘기이다. ”

- 금리 이슈 외 국내 영향을 주는 글로벌 변수가 궁금하다

“가령 우리나라와 유사점을 가진 캐나다 같은 나라만 봐도 올해 금리를 두 번이나 인상했다. 내년에는 한국은행도 금리인상을 고려할 수밖에 없겠지만, 속도 측면에선 과거와 달리 느리게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본다. 이는 즉 ‘뜨뜻미지근한 상태’인 골디락스적 상황이 이어질 것이란 뜻이다. 골디락스는 경제가 완만하게 성장하면서도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은 높지 않은 상태이다. 증시에는 우호적이고 채권시장에는 부정적일 수 있는 상태가 유지될 것으로 본다.”

- 내년 상승이 기대되는 업종은

“9월 이투데이 ‘4차 산업혁명 투자세미나’에서 설명한 것처럼 에너지나 소재, 산업재 등 글로벌 경기민감주가 증시를 견인할 것으로 본다. 가령 우리나라와 비슷한 주가 흐름을 보이는 캐나다의 경우 정책금리를 올해만 두 번이나 인상했다. 캐나다가 금리인상을 시도한 이후에도 소재주와 IT주는 더 크게 올랐다. 금리를 인상하면 증시가 나빠지는 게 통설인데, 이를 정면 반박한 것이다. 경기가 좋아지다 보니 정책 이슈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올랐다는 얘기이다. 국제 유가는 물론 원자재 중심 경제 사이클이 본격화하면서 대외 익스포저가 높은 종목 중심의 상승 장세가 이어진 것으로 해석한다. 특히 동일 업종 내에서도 규모가 큰 대형주가 유망하다. 한편,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면 소프트웨어주의 일종인 게임주의 성장세가 기대된다. 실제 추천 종목으로도 엔씨소프트와 웹젠 등을 추천하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경우 3분기와 4분기 다수 국내외 신작 모멘텀을 보유하고 있다. 바이오주 중에선 셀트리온에 주목한다. 자랑을 해보자면 우리는 올해 셀트리온 상승 모멘텀이 본격화하기 전인 상반기부터 추천 종목으로 제시해왔다. 그런데 셀트리온과 동일한 바이오업종인 유한양행을 예로 보면, 주가 흐름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여행주나 항공주 등 일명 중국 관련주의 반등도 가능할까

“일명 ‘중국 사드 피해주’라 하는데 여전히 이들의 매출 하락세가 사드 배치 등 외교적인 문제에 기인했다고만 생각하는가. 일본의 대표 화장품 회사인 시세이도는 중국에서도 높은 판매량을 기록 중이다. 이는 반한(反韓) 감정과 같은 정서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경제 실리적인 문제라는 것을 방증한다. 즉, 중국 본토 회사들과 경쟁력 또는 기술력 차이 우위를 확실히 갖고 있는 종목들은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것들은 후퇴하는 흐름이란 것이다. LCD 장치 제조업체는 오히려 중국이 더 잘 만든다. 특히 내수주 중 화장품들의 경우 주가 밸류에이션이 여전히 글로벌 피어그룹 대비 고평가됐다고 본다. 이익 성장세도 주춤한 상황서 PER 26~27배면 싸지 않다는 얘기이다. 다만, 화장품주 중에서도 코스맥스 등은 여전히 중국 내 높은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어 개별 종목 흐름을 살필 필요가 있다.”

- 내년도 증시 리스크를 지목해 달라

“위험 요소는 단연 대북 리스크이다. 리스크는 가늠이 안 되는 것을 말한다. 시나리오를 못 잡는다는 얘기이다. 때문에 미국 금리인상은 리스크로 치지 않는다. 다만 대북 리스크는 주식시장에서 크게 감안해서는 안 된다. 북한의 폭격 한 번에 거래소가 파괴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섹터별로 볼 게 아니라 기업들을 개별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얘기이다. 가령 BGF리테일 등 편의점주는 실적 성장세가 매우 좋은 기업이었다. 그런데 신정부 들어 직접 규제가 늘어나다 보니 영향을 받게 됐다. 대기업집단들에 속한 SPC 등 여러 기업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문재인 정부는 역대 유례없을 정도로 진보적인 경제 정책인 ‘제이노믹스’를 준비해 나온 정부이다. 규제에 대한 호불호(好不好) 문제를 떠나 국내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 애널리스트 본연의 입장에서 주식투자 제1원칙은 무엇인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주가는 지불하는 것, 가치는 얻는 것’이다. 가치를 얻으려고 해야 한다. 좋은 주식에 투자해야 한다. 엄청난 비밀정보가 아니라 기업 실적과 주가가 연동된다는 점에 주목해 투자해야 한다. 일반 투자자들이 자주 하는 실수가 가격에 집중하다 보니 오히려 주가가 폭락한 종목들만 사고 오르길 기다린다는 점이다. ‘투자의 귀재’라 불리는 워런 버핏 역시 비싼 종목들에도 많이 투자한다. ‘이익을 많이 낼 수 있는가’에 맞춘다는 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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