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하다. 모두 자원봉사자로 나섰으니까.
무대는 뉴질랜드 웰링턴시티 로열 웰링턴 골프클럽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아태평양 아마추어 챔피언십. 주인공은 이틀째 경기에서 정민호 씨(54·사업)와 아내 신수현 씨(43), 그리고 외동딸로 주니어골프선수인 정다래(13)다. 골프장과 10분 거리에 사는 정씨 가족은 이번 대회에 출전한 한국의 국가대표 선수들의 캐디백을 나눠서 맸다.
정씨는 이창기(21·호주), 신씨는 장승보(19·한체대), 다래양은 김성현(19·한체대)의 백을 카트에 끌고 돌았다.
신씨의 선수만 살아남고, 둘은 짐을 쌌다.
이들에게 캐디를 맡은 것은 ‘복’이었다. 자원 봉사자중에서 랜덤으로 선택하기 때문이다. 딸은 학교측에 양해를 얻어 어렵사리 캐디로 나섰다.
먼저 1999년 신씨가 웰링턴으로 들어왔다. 결혼하기전에 빅토리아 대학의 직원으로 근무했다. 2년 뒤 서울에 가서 정씨와 결혼한 뒤 2003년도에 들어왔다. 다래양은 2004년 뉴질랜드에서 태어나 중학교 1학년에 재학중이다.
건설업을 하는 정씨는 싱글골퍼, 어학당을 운영하는 신씨는 웰링턴 주니어선수들의 매니저역할을 하고 있고 , 다래양은 웰링턴 주니어 대표선수다.
다래 양은 이곳 회원으로 눈감고도 알 정도로 코스를 꿰고 있다. 그래서 더욱 아쉽다. 김성현을 잘 보필한다고 했지만 컷탈락해 마음이 아프다.
다래양은 “오히려 제가 많이 배웠습니다. 제가 잘 친다고 하지만 캐디를 하면서 평소 보지 못했던 것들을 많이 본 거죠. 특히 김성현 선수의 샷이나 공략법을 보면서 제 수준을 한단계 더 끌어 올린것 같다”고 말했다.
정씨 또한 “많은 것을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다래의 백을 맬때는 잔소리를 많이 했죠. 이창기 선수는 내 자식이 아니기에 별로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다래의 입장을 많이 생각해 보도록 할 겁니다. ”
참으로 묘한 것은 다래 양의 성적은 정씨가 백을 맬때보다 신씨가 캐디를 할 때 더 좋다. 신씨는 별로 말이 없기때문이란다. 웰링턴(뉴질랜드)=안성찬 골프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