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조세회피처 직접 투자 급증…9년간 36조원

입력 2017-10-30 08:13 수정 2017-10-30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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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회피처를 이용한 국내 대기업들의 직접 투자 비율이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3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간사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최근 국세청과 한국은행, 한국수출입은행의 '해외 투자 현황' 등을 분석한 결과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대기업이 케이만군도, 버진아일랜드, 버뮤다, 바하마 등 조세회피처에 594조858억원(9월 말 환율 기준)을 송금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다시 국내로 들어온 돈은 428조4518억원이다. 국내 수취액이 송금액보다 165조6340억원 적었다. 또 대기업의 전체 송금액 가운데 직접 투자 금액은 36조1130억원으로 분석됐다.

직접 투자란 수출입 결제대금, 제3국 투자를 위해 경유한 금액을 제외한 것으로, 조세회피처에 회사나 공장 등을 설립하고 부동산을 취득하는 데 사용한 금액을 의미한다.

대기업의 조세회피처 직접 투자 규모는 2008년 1조6191억원에서 지난해 5조8367억원으로 급증했다. 9년간 약 3.6배 불어난 것이다.

일각에서는 대기업들이 조세회피처를 통해 재산을 은닉하거나 탈세하려고 할 때 직접 투자를 가장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조세회피처 직접 투자 증가는 우려스럽다고 지적하고 있다.

조세회피처는 국내와 달리 법인세 세율이 '0%'이거나 거의 적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글로벌 대기업들은 수출 대금 등을 조세회피처로 보내 외국인 자금으로 둔갑시켜 국내로 들여오거나 자금세탁용 거래로 악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실제로 국내 대기업의 조세회피처 직접 투자가 늘어나면서 국세청의 역외탈세 세무조사 부과 건수와 추징금액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08년 1506억원(30건)이던 국세청 역외탈세 세무조사 징수세액은 2013년 1조원(211건)을 넘더니 지난해에는 1조3천72억원(228건)으로 증가했다.

박 의원은 "조세회피처로 들어간 직접 투자 금액의 성격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며 "대기업의 이전 가격 조작, 사업구조 재편 등을 활용한 지능적인 조세 회피에 철저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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