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철강산업 ‘공급과잉 저주’, 중국 탓 만은 아니다?

입력 2017-10-30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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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이란 등 공급 확대 목표…북미·유럽 일부 업체도 중국 수입 과거 수준으로 떨어지면 생산량 유지 입장 보여

▲글로벌 철강 공급과잉 물량 추이. 단위 100만 t. 출처 파이낸셜타임스(FT)
▲글로벌 철강 공급과잉 물량 추이. 단위 100만 t. 출처 파이낸셜타임스(FT)

글로벌 철강산업이 최근 수년간 ‘공급과잉의 저주’에 허덕이고 있다. 이런 공급과잉의 주범으로 세계 철강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이 꼽혀왔다. 그러나 인도와 이란 등 다른 국가도 철강 생산량을 늘릴 태세여서 공급과잉 문제가 반드시 중국 탓 만은 아니라고 2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중국 철강업체들이 자국의 경기 둔화에 수출을 대폭 확대하면서 2년 전 글로벌 철강 가격이 붕괴, 이는 유럽 최대 철강생산업체인 아르셀로미탈과 포스코, US스틸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주요 철강업체에 막대한 타격을 입혔다. FT에 따르면 2015년 중국의 철강 수출은 1억1200만 t으로 2008년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미국 철강 소비량의 두 배가 넘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당국은 중국산 철강에 덤핑과 불법 정부 보조금을 이유로 막대한 관세를 부과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중국도 세계 각국의 비판을 의식한 듯 자국 내 과잉공급 설비 폐쇄에 나섰다. 중국은 오는 2020년까지 연간 1억5000만 t 철강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설비를 영구적으로 폐쇄할 방침이다. 아울러 지난해 바오스틸과 우한강철을 합병하는 등 업계 통폐합에도 나섰다. 이런 중국의 공급과잉 억제 노력과 글로벌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에 힘입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글로벌 철강 공급과잉 규모가 올해 7억 t 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여전히 업계 관계자들은 공급과잉이 해소되려면 아직 멀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유럽철강협회(Eurofer)의 헤르트 반 포엘부르드 대표는 “공급은 경미하게 줄어들고 있어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중국이 전체 공급과잉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에 우선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FT는 다른 나라들도 공급과잉에 대한 논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인도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연간 철강 생산량을 3억 t으로, 현재의 2배 이상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이란도 국제사회의 핵 제재가 풀리면서 2020년대 중반까지 철강 수출을 2000만~2500만 t으로 확대하려 하고 있다.

북미와 유럽의 일부 철강업체들도 중국에서의 수입 물량이 공급과잉 사태 이전 수준으로 떨어지면 생산량을 줄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다른 지역에서 철강 생산량이 늘어나면 중국도 생산 축소 노력을 그만둘 수 있다고 FT는 경고했다.

에드윈 바송 세계철강협회(WSA) 사무총장은 “2035년까지의 철강 완제품에 대한 수요 추정치와 현재 전 세계 설비용량을 비교하면 현 설비만으로도 앞으로 20년간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며 “신규 철강설비 구축에 초점을 맞출 이유는 전혀 없다”고 각국의 자제를 촉구했다.

그러나 인도 타타스틸의 TV 나렌드란 전무이사는 “중국과 달리 인도는 설비를 급속히 늘리지 않을 것”이라며 “또 인도의 신규 인프라 건설 계획에 수요도 충분하다”며 공급과잉 우려를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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