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사회에서 인사 외에 주목받는 것은 바로 조직개편이다. 핵심은 올 초 해체된 미래전략실을 대체하는 그룹 컨트롤타워 신설 여부다. 다만 삼성 내부에선 컨트롤타워 부활에 대해 극도로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탄핵정국에서 논란이 됐던 미래전략실이 다른 형태로 부활했다는 비판을 우려하는 탓이다.
이에 이사회 의장과 CEO를 분리하고 이사회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을 먼저 선택하지 않겠냐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시점은 삼성전자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함께 맡아 온 권오현 부회장이 내년 3월 이사회 의장에서 사퇴한 이후다. 애플 역시 스티브 잡스 사임 이후 팀 쿡 CEO와 아서 레빈슨 이사회 의장을 구분해 경영진과 주주대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김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삼성전자가 CEO와 이사회 의장을 별도 구분하고, CEO와 이사회 의장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게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투명경영 강화를 위해 이사회 중심 경영을 천명해왔다. 권 부회장의 바통을 이을 차기 이사회 의장에 외부인(사외이사나 외국인)이 선임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삼성전자의 이사회는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5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돼있다. 이 중 권 부회장을 비롯한 3명의 임기가 내년 3월 중순으로 만료된다. 권 부회장은 이미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고, 사외이사 중 이병기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김한중 차병원그룹 미래전략위원회 위원장의 임기도 비슷한 시기 만료된다. 이에 향후 이사회 구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내이사는 이사회가 적합한 인물을 후보로 물색해 추천하고, 사외이사의 경우는 사외이사 3명, 사내이사 1명으로 구성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선임한다.
이와 함께 재계는 삼성전자가 내놓을‘3개년 주주가치 제고 방안’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38조4600억 원을 기록해 이미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29조 원)을 넘겼다. 반도체 호황으로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이번 이사회를 통해 삼성전자가 배당 액수를 대폭 늘리고,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는 주주환원정책을 내놓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하반기에만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최대 13조 원 이상을 투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올해 삼성전자가 주주 환원을 위해 쏟아 붓는 금액만 모두 20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의 배당성향(현금배당/당기순이익)인 17.8%를 적용하면 올해는 7조 원, 또 향후 3년간 실적이 올해 수준 이상일 것을 전제로 하면 내년과 내후년에는 8조 원 수준의 현금배당 정책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현금배당을 큰 폭으로 늘리지 않고 7조 원 수준의 배당 규모를 유지하되 자사주 매입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주가를 밀어올리는 방식으로 삼성전자가 유통되는 지분을 매입해 소각할 경우 삼성전자 주식의 숫자는 줄고 주가는 상승하게 된다.
다만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주주환원 규모를 키우는 대신 미래를 위한 투자에 더 많은 돈을 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사업에서 중국의 추격이 거센 상황에서 신성장동력 확보가 절실하다는 얘기다.
송영록 기자, 오예린 기자 sy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