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되는 DSR(총체적상환능력 비율)에 전세자금대출은 이자만 반영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은 물론 신용대출, 자동차 할부금융 등 모든 빚의 원리금을 반영하는 것이 DSR 규제의 원칙이지만, 전세대출은 예외로 두겠다는 것이다.
이자만 반영하면 추가 대출 시 빚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산정되는 만큼 기존 전세대출자의 추가 대출에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전세자금대출의 경우 전세보증금으로 원금을 상환할 수 있는 만큼, 차주의 상환능력을 평가할 때 원금을 부채 상환액에 반영하지 않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DSR 산정 시 이자만 분자에 포함시키겠다는 것이다.
DSR는 차주의 연소득에서 모든 부채 원리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따져 부채가 과도하면 추가 대출을 해주지 않거나 대출금액을 줄이는 규제다. 정부가 내년 1월 도입하기로 한 신DTI(총부채상환비율)가 모든 주담대의 원리금을 반영하고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이자만 반영한다면, DSR는 기타대출을 포함한 차주가 진 모든 빚의 연 원리금을 반영한다. 이에 마이너스통장 대출과 신용대출, 자동차 할부금융 등 그간 이자만 반영됐던 부채들이 원금까지 반영된다.
금융당국이 다른 모든 대출은 DSR 산정 시 원리금을 반영하면서 전세대출만 이자를 반영하는 것을 검토하는 것은 전세자금대출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전세자금대출은 임대보증금 내에서 빌리고, 임대기간이 끝나면 보증금을 은행에 되갚는 구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소득이 5000만 원이고 전세대출로 2억 원을 받으면 원금이 반영되면 DSR가 확 뛰어 다른 추가 대출은 아예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다른 대출이 없다고 가정할 시 DSR(2억 원/5000만 원)가 무려 400%가 넘는다.
현재 DSR를 도입하고 있는 국민은행은 전세자금대출의 원금을 반영하고 있다. 만기가 1년 이상 남으면 이자만 반영하고, 1년 미만 남으면 원리금을 모두 반영하는 식이다. 현재 다른 시중은행들의 경우 전세자금대출은 DTI 산정 시 이자만 반영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 말까지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전세자금대출 등 대출 종류별 원리금 산정방식(표준산정방식)을 구체적으로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마이너스통장은 한도를 반영하되, 만기가 5년 등 연장된다는 점을 감안해 한도의 5분의 1 등으로 연 원리금 상환액에 반영하기로 했다. 예컨대, 마이너스통장 대출 한도가 1억 원이고 만기 5년(연장 포함)이면 분자에 2000만 원만 반영하는 식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전세대출은 어차피 보증금으로 낸 것을 나중에 상환하면 되고 추가 대출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자만 반영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며 “은행권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