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인 가운데 업종별 ‘순환매 장세’가 나타나고 있다. 극심한 IT(정보기술) 업종 쏠림 현상에 벗어나 소재·산업재, 소비재 업종 등으로 시장의 온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평가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개월 간 코스피에서 가장 높은 주가 수익률을 나타낸 업종은 의료(11.7%), 필수소비재(10.8%), 에너지(9.2%), 경기소비재(7.2%), 산업재(5.8%), 소재(5.3%) 등의 순이었다. 올해 코스피 상승을 주도한 IT 업종의 주가 수익률은 1.7%에 불과했다.
하지만, IT 업종의 부진에도 23일 코스피는 장중 2500선을 첫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또 30일에도 개장과 동시에 17.24포인트 오른 2513.87을 기록, 2510선도 가볍게 넘어섰다. 주도 업종의 숨고르기에도 지수가 지속 상승하고 있다는 것은 최근 코스피가 업종별 순환매 국면으로 전환됐다는 점을 시사한다.
노근창 현대차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확인으로 IT 업종에 대한 투자자들의 차익실현 욕구가 커졌다”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리스크 해소 분위기에 그동안 주가가 급락한 자동차, 화장품, 면세점주 등 소비재 업종으로 순환매가 확대되는 측면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도 “IT 업종에 대한 차익실현 욕구가 커진 가운데 시장 전반적으로 실적이 개선세를 나타내고 있다”면서 “소비재 업종과 함께 낙폭이 컸던 소재·산업재 업종(석유화학·철강·조선주)에서 실적이 좋은 기업을 중심으로 순환매가 확대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연말까지 시장에 큰 악재가 없는 가운데 업종별 순환매는 지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말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있지만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주도주 조정시 다른 업종이 오르는 순환매 장세도 긍정적인 만큼, 연말 코스피 고점 2600선은 무리가 없다”라고 내다봤다.
다만, 장기적으로 볼 때 반도체 등 IT 종목의 주도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IT 업종은 현재 잠시 쉬어갈 뿐, 여전히 증시의 주도주 역할을 할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이라는 글로벌 산업 사이클에 변화가 없는 데다 이익 모멘텀 역시 유효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순환매 장세 = 대표 종목이 바뀌어 가면서 주가 지수가 순환적으로 상승하는 장세. 투자자들이 가격이 올랐다고 판단하는 종목 대신 더 오를 가능성이 남은 종목을 찾아 매수하면서 발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