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영의 경제 바로보기] 국민경제에 도움이 되는 투기는?

입력 2017-10-30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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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投機)는 자금을 투입해 돈을 벌려는 것이고, 나에게 도움이 되는 투기는 당연히 돈을 버는 투기일 것이다. 흥미롭게도 투자자들이 돈을 버는 투기가 대부분 국민경제(國民經濟) 전체에도 도움이 된다. 주식, 외환, 금·은 등 귀금속, 부동산, 곡물 등 투기 대상의 가격은 거의 대부분 상당 기간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사이클을 그리며 어떤 방향으로 움직인다.

주식 시장 등이 하락 사이클에 빠지면 시장 참가자들은 대부분 공포감을 이기지 못하고 주식을 팔아 주가의 하락이 장기화된다. 반대로 주식 시장이 상승 사이클에 들어서면 시장 참가자들은 주가가 더 오를 것 같은 탐욕으로 주식을 더 사게 되어 상승세가 확대된다.

세상에는 계속되는 오르막이나 내리막이 없듯이 시간이 지나면 떨어지던 주가는 다시 오르고, 오르던 주가는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상승과 하락이 반복되는 시장에서 돈을 벌려면 하락 시장에서 공포를 이겨내고 매입을 하여야 하고, 상승 시장에서는 탐욕을 자제하고 매각하여야 한다.

이렇게 공포와 탐욕을 극복하고 사람들이 돈을 버는 투기가 국민경제를 위해 어떻게 좋은지 알아보자. 주가 등의 하락세가 장기화되고 불안심리가 확산될 때, 공포를 이겨내고 매입하는 사람이 없으면 시장은 장기 침체에 빠져 회복이 어렵다. 반대로 상승세가 장기화되어 다수 시장 참여자들이 행복에 빠져 있을 때, 탐욕을 떨치고 파는 사람이 없다면 가격이 계속 올라 거품이 생길 것이다.

이렇게 되면 주식이나 부동산 시장은 진폭이 커지고, 거품의 발생과 붕괴로 국민경제에 큰 부담을 준다. 돈을 잃는 사람은 상승장의 꼭대기 근처에서 사고, 하락장의 바닥 부근에서 판다. 이렇게 실패한 투자자가 많아지면 시장과 국민경제가 아주 불안정해진다.

그러나 한국의 부동산은 돈 버는 투기가 국민경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한국의 부동산은 1997년 이후와 2008년 이후 일시적인 침체기를 제외하고는 장기간 지속적으로 상승해왔다. 공포가 지배하는 하락장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누구나 부동산을 사놓고 기다리면 거의 대부분 가격이 올랐다. 이러한 학습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사람들은 계속 부동산을 사들였고 대부분의 사람이 많은 돈을 벌었다.

가격이 많이 오른 지역에 부동산을 가진 사람이 사업을 잘한 사람이나 저축을 열심히 한 사람보다 더 부자가 되었다. 반대로 무주택자 등은 집값, 집세의 부담이 커지고 국민경제는 경쟁력이 약화되었다. 경제 정의는 사라지고 소득 분배는 악화되었다.

한국의 부동산은 주식 등과 달리 왜 사놓기만 하면 올랐을까? 부동산 투기에 대해 특혜를 주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주택임대소득에 대해 과세하지 않는 것이다. 연간 100조 원이 넘을지도 모르는 주택임대소득은 이상하게도 거의 세금을 내지 않는다. 주택임대소득의 경우 1가구 1주택자는 공시가격 9억 원(시가 기준으로 18억 원 정도) 이하의 주택은 임대소득이 아무리 많아도 법상 비과세이다.

예를 들어 원룸이 20개 있는 원룸주택이 공시가격 9억 원 이하이면 1주택자의 경우 임대소득이 연 1억 원이 넘어도 비과세인 것이다. 2주택 이상 보유자나 오피스텔 보유자는 법상 임대소득 과세 대상이나, 정부는 특별한 이유 없이 세금을 걷지 않는다. 주택임대소득세는 보유세나 양도소득세 등의 혜택을 받기 위해 임대사업자로 자진 신고한 아주 소수만 내고 있다. 많은 국민의 꿈이 임대사업자인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한국의 부동산 투기는 투기한 사람에게는 좋지만, 다수 국민과 국민경제에는 큰 피해를 준다. 한국의 부동산 가격은 끝없이 오를 수 있을까? 이는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일이다. 언젠가 내릴 텐데 언제인지를 모를 따름이다. 내릴 때에는 막대한 비용을 내야겠지만, 아마 세상의 다른 일과 마찬가지로 돈을 번 사람과 돈을 내야 하는 사람이 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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