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감산 연장 비웃는 미국...아시아 물량 공세 본격화

입력 2017-10-30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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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셰일유, 아시아 공급 확대로 OPEC 긴장시켜...이제 점유율 경쟁 무대는 아시아로

국제 원유시장에서 중동산 원유와 점유율 싸움을 벌이고 있는 미국 셰일유 업체들이 아시아 시장에 물량 공세를 펴면서 중동 석유 카르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연장 합의를 무위로 돌리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 방송 CNBC는 30일(현지시간) 미국 셰일유 수출이 2022년까지 하루 300만 배럴로 증가할 것이며 이 중 3분의 1이 아시아로 흘러들어갈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는 아시아 시장에서 OPEC의 존재감에 대한 미국 셰일유의 직접적인 도전을 의미한다.

현재 국제 원유시장에서는 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의 감산 연장 합의 기대가 커진 상황. 이 같은 기대감에 힘입어 지난 29일 북해산 브렌트유는 2년 만에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53.90달러로 8개월 새 최고치로 뛰었다.

▲북해산 브렌트유 6개월간 추이. FT
▲북해산 브렌트유 6개월간 추이. FT

미국 셰일유 업체들은 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이 감산을 연장하는 틈을 타 아시아 시장에서 판로를 넓히고 있다. 아시아 바이어 입장에선 희소식이다. 공급자가 늘어나면 어쨌든 가격 경쟁 구도가 형성돼 원유 가격이 싸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JTD에너지서비시스의 존 드리스칼 이사는 “아시아 정유사들에게는 더 많은 옵션과 공급처를 확보할 수 있는 뷔페 테이블이 더 커진 셈”이라고 설명했다.

인도의 경우, 지난 6월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인도 정제소 3곳에 약 800만 배럴의 미국산 원유를 공급받기로 계약했고, 이달 2일에 미국산 원유 160만 배럴을 처음으로 받았다.

CNBC는 이런 변화는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가 2015년 12월에 자국산 원유 수출을 40년 만에 허용하면서 비롯됐다고 전했다. 한동안 국제유가가 40달러 아래서 맴돌면서 미국 석유업체들은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산유국들의 감산과 세계 경제 회복세,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상황은 반전됐다. CNBC는 시장 경제가 유리하게 유지된다면 미국산 원유 공급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 원유의 흐름을 결정짓는 요소 중 하나는 국제 주요 유종인 북해산 브렌트유와 미국 WTI 2대 유종의 가격차다. 일반적으로 브렌트유의 프리미엄이 WTI보다 높기 때문에 외국 바이어들은 가격이 더 낮은 WTI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앞으로 WTI 가격이 더 오를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브렌트와 WTI 가격 차는 이달 초 2년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6달러를 돌파했다.

이런 상황에서 수출은 인기있는 옵션이다. 미국 원유 수출업체들은 9월 29일 끝난 주간에 수출량이 하루 198만 배럴로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기업들은 이러한 가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다른 옵션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는데, 바로 수출이 그 돌파구다. 소시에테제네랄의 마이클 위트너 원유 리서치 부문 책임자는 “미국에서 원유가 너무 많은 건 너무 적은 것만 못하다”며 “미국 가격이 국제 가격에 비해 낮아 그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수출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우드맥켄지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셰일층에서 추출한 타이트오일 수출은 2022년까지 하루에 300만 배럴 이상으로 팽창할 수 있다”며 “그 중 3분의 1일을 아시아에서 흡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CNBC는 OPEC의 영향력이 줄어들면서 세계 에너지 시장의 질서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전유물이었던 ‘스윙 프로듀서’로 부상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분석했다. 미국도 이제 원유시장의 수요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된 것이다.

미국산 원유가 아시아로 흘러들어가면 OPEC은 긴장할 수 밖에 없다. 전통적인 OPEC 공급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CNBC는 미국산 원유가 아시아로 얼마나 많이 흘러들어갈 지는 멕시코 만의 미국산 원유 수출 집산지인 루이지애나 항의 처리 속도에 달렸다고 전했다. BNP파리바의 해리 칠링귀리언 글로벌 상품시장 수석 투자 전략가는 “유럽이나 아시아 수출국으로서 미국의 등장은 점진적인 것”이라며 “지금은 미국에겐 수출 적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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