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달쏭思] 권(卷)과 장(章)

입력 2017-10-31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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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세는 단위는 권이다. 한 권 책의 세부 분절(分節) 중 가장 큰 단위는 장(章)이다. 음악의 분절을 나타내는 단위로도 대개 ‘장(章)’을 사용하는데 ‘운명교향곡 제1악장’이라고 할 때의 악장(樂章)이 바로 그것이다.

송나라 말기까지만 해도 오늘날과 같이 책장을 넘기는 책은 나타나지 않았다. 다 두루마리 형식이었는데 그런 두루마리를 ‘권(卷)’ 혹은 접미사 ‘자(子)’를 덧붙여 ‘권자(卷子)’라고 했다.

‘卷’은 본래 ‘말(roll) 권’이라고 훈독하는 동사였다. 그것이 두루마리로 말아져 있는 한 권(卷)을 뜻하는 명사로 쓰이게 되자, 본래의 ‘말 권(卷)’에 마는 동작을 하는 손(?=手)을 덧붙인 ‘捲’을 새로 만들어 그것을 ‘말 권’자로 사용하고 ‘卷’은 책을 나타내는 단위를 뜻하는 글자로 굳어졌다.

두루마리 하나에다 책 전체를 다 베껴 넣지 못하고 한 두루마리에 한 장(chapter)씩 베껴 넣었기 때문에 권은 본래 a book의 개념이 아니라, one chapter의 개념이었다. ‘a book’, 즉 ‘volume’을 뜻하는 글자로는 ‘책(冊)’을 사용하였다. 그래서 옛 사람들은 문집을 말할 때 ‘제○책, 제○권’이라고 했다.

그랬던 것이 인쇄술이 발달하여 활자(font)의 크기가 작아지고 제본기술도 향상되어 전 권을 한 책으로 묶을 수 있게 되자, 본래 one chapter의 개념이었던 ‘권’이 ‘a book’ 개념의 책을 세는 단위가 되었다.

장(章)은 音과 十이 합쳐진 글자로 ‘音’은 음악을 의미하고 十은 십진법에서 세기(counting)를 다한 완수(完數)이기 때문에 완전하게 이루어진 한 세트(set)를 의미한다. 章은 이처럼 한 세트의 음악을 세는 악장의 의미였던 것이 나중에는 책의 낱권 내에 포함되는 한 chapter의 개념으로도 쓰이게 되었다.

깊은 가을이다. 권이든 장이든 책도 읽고 음악도 더 많이 들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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