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 2기가 시작된 가운데 국영기업 개혁 성패를 가를 시험대가 마련됐다.
중국 최대 민간 철강업체 장쑤사강그룹의 선원룽 회장이 지난해 파산한 국영기업 둥베이특수강의 구원투수로 나서게 됐다. 민간자본과 경영진을 투입해 빈사 상태에 빠진 국영기업을 회생시키려는 시진핑의 개혁 정책에 둥베이특수강이 전례를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소개했다.
둥베이특수강은 지난해 10차례나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낸 끝에 결국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양화 전 회장이 자살하는 비극도 일어났다. 이에 둥베이특수강은 정부의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간신히 연명하는 수천 개 중국 ‘좀비(Zombie)’ 국영기업의 상징이 됐다. 둥베이특수강이 갚지 못한 부채는 총 70억 위안(약 1조1815억 원)에 달한다.
결국 중국 정부는 국영기업이 거의 독점하다시피한 철강 부문에서 대기업을 일궈낸 선원룽 회장에 둥베이특수강 회생이라는 중책을 맡긴 것이다. 선 회장은 37억 달러 재산으로 후룬연구소가 집계한 올해 중국 부자 순위에서 111위에 올랐다. 그는 둥베이특수강에 45억 위안을 투자하기로 했다.
선 회장의 투자로 새롭게 바뀐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랴오닝성 지방정부 지분율이 종전의 약 70%에서 10%로 대폭 축소된다. 한편 헤이룽장성 정부와 중국 배드뱅크(부실자산 처리 전문 기관)인 오리엔트자산관리가 지분을 매각하고 채권단이 채무 주식화를 통해 47%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선 회장은 지분율이 43%로, 과반은 아니지만 정부는 그에게 대주주 지위로서 회사를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중국 정부는 국영기업 개혁을 위해 민간자본 투입을 허용하는 혼합소유제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 진전은 느리다는 평가다. 그런 가운데 둥베이특수강의 민영화로 인해 중국 정부가 좀비기업 문제 해결을 위해 좀 더 시장에 의존하는 개혁을 펼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고 FT는 설명했다.
정부는 그동안 철강 부문에서 경쟁력 있는 국영기업들의 통합에 주력했다. 지난해 상하이 바오스틸이 우한강철과 합병했다. 여기에 둥베이특수강을 통해 민영화라는 새 선택지를 넣은 것이다.
위안친 CIB리서치 선임 금속 애널리스트는 “둥베이특수강 구조조정에 선원룽이 대주주로서 개입한다는 것은 특별히 중요하다”며 “중국 민간경제를 상징하는 대표 중 한 명인 선 회장이 국영기업들이 밀집한 동북 지역에 진입하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선 회장의 투자는 둥베이특수강의 실제 자산가치에 기반한 것은 아니다”라며 “여기에는 정치적 모티브도 있다”고 말했다. 선 회장이 정부의 권유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투자하게 된 것이라는 의미다. 선 회장이 감원 등 구조조정에 얼마나 전권을 휘두를 수 있을지도 아직 불확실하다.
저우시썬 씨틱증권 철강 애널리스트는 “둥베이특수강이 완전한 민영화는 아니다. 선원룽이 회사 지분 대부분을 확보한 것이 아니라 지배지분만 가진 상태”라며 “그러나 개혁이 조금이라도 진전되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그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