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해외 조세도피처와 관련해 탈세ㆍ횡령 등으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효성이 다시 한번 조세도피처 구설에 올랐다. 효성 측은 이에 대해 반박하며 대응방안을 마련 중이다.
6일 뉴스타파에 따르면 버뮤다 법률회사 애플비의 유출 문서에서 ‘효성 파워 홀딩스’라는 효성 관련 페이퍼 컴퍼니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효성의 공시자료에도 나와 있는 이 회사는 2006년 2월 조세도피처인 케이맨아일랜드에 설립된 회사로, 효성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애플비의 유출 문서를 보면 이 회사의 이사 명단에 조현문 전 부사장의 이름이 발견됐다. 조 전 부사장은 조석래 회장의 둘째 아들이며, 미국 변호사로서 조석래 일가의 조세도피처 회사 설립과 악용에 깊숙이 개입한 인물로 알려져있다.
뉴스타파 측은 효성 측에 회사의 설립 목적과 조석래 전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 효성 측에 공식 질의했으나 회사 측은 “자신들도 용도를 모른다”고 대답했다. 또한, 이사회 명단에 오른 다른 효성 임원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이 임원은 자신이 이사로 등재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고 답했다.
더욱 이상한 정황은 2012년 6월, 이사 단 두 명이 참석한 이사회다. 뉴스타파는 “이날 이사회에서 효성은 이 페이퍼 컴퍼니에 2000만 달러를 추가 투자하기로 결정했다”면서 그 결과 이 회사의 자본금이 8301만 달러로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 두 명이 참석한 이사회에서 페이퍼 컴퍼니에 200억 원가량의 투자를 결정하고, 투자금을 홍콩에 있는 계좌를 통해 현금으로 지급하는 건 누가 봐도 납득하기 어려운 거래”라고 덧붙였다.
조석래 전 회장과 조현준 현 효성 회장은 2016년 1월 각각 탈세와 횡령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결국 조현준 회장의 소유라고 밝혀진 미국의 페이퍼 컴퍼니 사건은 조석래 회장이 2005년 조현문 전 부사장과 함께 영국령 건지섬에서 만든 4개의 페이퍼 컴퍼니에서 시작된다. 효성 일가는 4개의 페이퍼 컴퍼니에 ㈜효성의 주식을 살 수 있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싸게 넘긴 후 몇 달 뒤 이 중 일부를 효성주식으로 전환해 되팔아 70억 원의 시세차익을 올렸다. 이 중 55억 원가량이 바하마에 있는 또 다른 페이퍼 컴퍼니로 보내진 후 다시 미국의 페이퍼 컴퍼니로 보내졌는데 그 회사의 소유주가 조현준 현 효성 회장인 것이다.
2003년에도 조석래 회장의 홍콩 페이퍼 컴퍼니가 중국 법인들에게 ‘기술료’라는 명목으로 700억 원을 지급받은 뒤 또 다른 홍콩의 페이퍼 컴퍼니로 들어간 적이 있었다. 검찰은 이 돈을 가져간 제3의 컴퍼니가 조석래 전 회장의 개인 차명회사로 보고 있다.
효성 측에서는 “뉴스타파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면서 “법적 조치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2003년과 2005년 조세회피 사례는 실제로 제품을 거래하면서 정상거래로 확인을 받았다”며 “중국과의 거래와 BW 건도 정상으로 확인된 것이며, 지역법인이 설립됐다고 모든 것을 조세피난처로 보는 것은 무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계자는 “조현문 전 부사장 건은 회사 내에서도 잘 모르는 이야기나, 그 건에 대해서는 일가 개인이 소유한 것이 아니라 효성이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