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코스닥 기업 육성…몰라서 못했을까

입력 2017-11-06 10:58 수정 2017-11-06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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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모험자본 공급 확대를 위해 코스닥과 인수·합병(M&A) 시장 활성화에 박차를 가한다고 한다. 지난주 정부가 발표한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방안’은 투자→회수→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체계 구축을 위해 코스닥 시장으로 연기금 등 기관 투자가 늘어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총 10조 원에 달하는 혁신모험펀드를 조성한다는 게 골자다.

우리나라는 벤처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시장이 빈약한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미국 등 투자 선진국보다 모험자본 공급에 한계가 많다.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은 창업부터 상장까지 평균 11.4년이 걸릴 정도로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닥을 통한 기업들의 자금조달 규모도 2000년 7조1000억 원에서 지난해 3조7000억 원으로 크게 위축돼 있다. 전체 벤처투자 회수금액에서 M&A가 차지하는 비중도 11%에 그쳤다. 미국의 94%와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돈을 쉽사리 회수할 수 없으니, 투자도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정부의 이번 정책은 대기업이 아닌 작은 기업 시장에 돈이 돌아가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일부 대기업을 통한 성장은 한계가 있다. 한때 이른바 ‘낙수효과(落水效果)’를 외쳤던 때도 있었지만, 일부 집단의 소득 증대가 소비 및 투자 확대로 이어져 다른 집단에까지 온기를 전달하기보다는 계층 간 격차만 벌어지는 결과로 돌아왔다. 따라서 일자리 90% 이상을 책임지는 중소기업의 육성과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혁신창업의 지원이 절실한 것은 당연한 명제다.

하지만 과거의 기억을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청년실업 해소,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혁신벤처 창업 활성화는 외환위기가 있었던 10년 전에도, 닷컴열풍이 불었던 20년 전에도 똑같이 부르짖었던 캐치프레이즈이다. 몰라서 못 한 것이 아니고, 정책이 없어서 안 된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상황이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은 뭔가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 정책의 혜택이 갈 곳에 가게 해야 한다. 번지수를 잘못 찾으면 돈만 까먹고 아니함만 못한 일이 되어 버린다. 과거 벤처 육성을 위해 수많은 지원책이 나왔지만, 지원자금의 상당수는 정작 필요한 곳에 가지 못했다. 정부 주도의 각종 기술개발과제사업이 대표적이다. ‘창업과 벤처 지원’이라는 어젠다가 본격화했던 2000년대 중반, 기자가 만났던 벤처의 제법 많은 수가 과제사업을 일종의 보너스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들은 과제사업에 선정된 뒤 자금을 받아 이리저리 쓰고, 적당한 결과를 대충 구색만 맞추어 내놓았다. 심지어 일부 기업은 제품 개발이나 판매가 아니라, 개발과제 자금으로 회사를 근근이 운영하고 있었다. 시장에서 도태되어야 하는 기업들이 산소호흡기를 꼽고 연명했던 셈이었다.

현재 만연한 사업계획서 대행 브로커가 등장한 것도 이때였다. 선정 주체들의 지원 양식은 과제사업을 새로운 곳에 주기보다는 과거에 진행했던 곳을 다시 선정하기에 유리하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결국, 지원이 필요했던 벤처들은 받지 못하고 엉뚱한 곳에서 자금은 소모됐다.

결국 “펀드가 5억 원이냐, 10억 원이냐”라는 것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펀드의 규모보다는 적재적소에 지원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이것이 선결되지 않으면 국민의 세금과 애써 모은 민간자금만 날리게 된다.

두 번째, 벤처창업을 마음먹을 수 있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한국에서 창업의 가장 큰 걸림돌은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사회 구조다. 이 때문에 청년들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거나 대기업 등 안정적인 직장을 좇아 구직에만 매달린다. 어쩌다 창업을 마음먹더라도 부모에게 “정신 차리라”는 호된 역정을 듣기 마련이다. 물론 준비되지 않은 창업은 잘못된 것이지만, 창업을 터부시하는 사회적인 분위기는 경제와 산업의 선순환적 활성화에 부정적인 요인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가까운 중국을 보자. 해외 기업의 하청 생산지에 불과했던 중국은 하루 3000여 개의 벤처기업이 탄생하는 생동감 넘치는 국가로 변모했다. 앞으로의 중국 경제는 이들이 이끌어 나갈 것이다.

좀 다른 얘기이지만, TV 프로그램은 대중의 '결핍된 욕구'를 반영, 시청자에게 대리 만족감을 주는 것이 성공한다고 한다. 이렇게 본다면, 여유롭게 식사를 못 하니 밥을 테마로 한 ‘삼시세끼’가, 자녀를 키울 형편이 아니니 육아 과정을 보여주는 ‘아빠 어디가’가, 결혼하기가 힘드니 결혼생활의 모습을 밀착해 보여주는 ‘신혼일기’가 인기를 끄는 것일 거다.

하지만 창업에 대한 TV 프로그램은 파일럿으로 한두 번 나올 뿐, 정규 방송으로 편성된 사례가 거의 없다. 사실, 잠깐 생각해 봐도 시청률이 나올 것 같지가 없다. 재미있는 포맷으로 만들지 못한 탓도 있겠지만, 우리사회가 벤처창업에 '결핍된 욕구'가 없다는 것을 비추는 듯해서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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