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독서산책] 사이토 다카시 ‘메모의 재발견’

입력 2017-11-06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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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한다는 것은 곧 생각하는 것

무엇이든 좀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이를 가능하게 하는 데 필요한 선택은 타인이 효과를 본 방법을 참조하는 것이다. 이따금 실용서를 폄하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살아가는 일의 진수를 제대로 파악한 사람이라면 결코 그런 태도를 보이지 않을 것이다. 나라든 회사든 개인이든 앞서간 사람들로부터 귀한 것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자꾸 배워야 앞서갈 수 있다. 자기가 사는 방식을 그대로 고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메모에 관해서 이미 숱한 책들이 출간되었다. 뭐가 더 새로운 것이 있을까. 메모에 관한 신간을 접할 때면 누구든지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 사이토 다카시(齋藤孝)의 ‘메모의 재발견’도 그런 선입견을 살짝 갖고 접한 책이다. 그러나 선입견을 금세 접을 수 있었다. 저자의 실전 메모법을 고스란히 드러낸 책이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 주옥같은 실용적인 메모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30년 이상 해오던 메모법을 정리해 내놓은 책이다. 특히 어른을 위한 효과적인 메모기술법이라고 보면 된다. 목차가 잘 정리되어 있기 때문에 원하는 부분만 뽑아 읽어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메모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따금 머릿속이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것처럼 꼬일 때가 있다. 마음을 다잡고 생각이 간결해지도록 노력하면 할수록 머리는 더욱더 복잡해지게 된다. 정말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지라도 이럴 때면 펜을 들고 메모하듯이 기록하면 된다. 언제 그렇게 복잡함 속에서 방황하였을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말끔하게 생각이 정리된다. 저자는 메모의 이 같은 매력에 대해, “머릿속에 떠다니는 생각을 문자로 바꿔 메모하다 보면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가 제시돼 나만의 ‘아이디어 지도’가 완성된다”고 주장한다.

메모한다는 것은 펜으로 뭔가를 쓰는 일이지만 이런 행위는 전혀 다른 차원의 효과를 낳는다. 메모한다는 것은 곧바로 생각하는 것이다. 생각의 발전과 손으로 쓰는 행위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다 보면 아이디어가 맴돌다 사라져 버린다. 하지만 메모를 하면 생각이 발전하게 된다. 저자가 학생들에게 자주 강조하는 것은, 생각을 하고자 천장을 물끄러미 볼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천장을 보는 대신에 펜을 들고 적어 보는 것이 곧바로 생각하는 것이다.

아이디어는 종이 위에서 탄생하기 때문에 메모를 제대로 활용하기만 하면 정말 많은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수 있다. 특히 기획에 관심을 둔 사람이라면 효과적인 메모법에 대해 깊은 관심을 두고 배워야 한다. 저자는 기획에 필요한 아이디어에 목말라 하는 사람에게 효과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노트나 종이 맨 위에 제목을 적어 보라고 권한다. 저자의 이 같은 방법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서평자 역시 다양한 강연록은 백지 위에 일단 제목을 적는 것으로 시작한다. 신기한 것은 제목을 주면 두뇌가 그 제목에 맞추어서 필요한 콘텐츠를 줄줄 내놓는다는 사실이다. 제목 밑에 콘텐츠가 정리되면 ‘흘러나온다’는 표현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아이디어가 정리된다. 메모가 가진 또 하나의 큰 장점은 열정의 건전한 배출구라는 것이다. 마음을 다잡고 자신을 몰입시키는 한 가지 방법이 종이 위에 적어 보는 일이다. 살아가면서 ‘쓴다’는 행위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절실히 체험하는데, 이와 관련한 다양한 정보와 지식 그리고 구체적인 방법을 종합한 체험적 메모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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