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환의 돈이야기] 과욕 버리는 것이 최고의 투자원칙

입력 2017-11-08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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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환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이철환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투자 행위는 재테크 차원을 넘어 자산관리 전략이라는 형식을 취해야 한다. 그러면 자산관리와 투자는 어떤 전략을 가지고 해야 하는지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첫째, 투자상품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적절히 설계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 되는 전략이자 전술이다. ‘포트폴리오(portfolio)’란 위험을 줄이고 투자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여러 종목에 분산투자하는 방법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주식, 사채, 현금, 상품, 부동산 등의 자산에 투자비율을 설정하는 계획을 의미한다. 투자를 할 때 너무 한곳에만 집중하게 되면 실패할 위험성도 그만큼 커진다. 따라서 투자 성공의 비결은 어떻게 더 잘 나누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포트폴리오를 설계함에 있어서는 개인과 시장의 상황도 반드시 고려해야만 한다.

성공률이 높은 포트폴리오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투자 원칙을 가지고 목표수익률과 감당할 수 있는 위험 정도를 정한 후, 그에 맞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도 포트폴리오 설계에 대한 자신이 생기지 않는다면, ‘100-나이 법칙’을 활용해 보는 것도 좋다. 이는 100에서 나이를 뺀 만큼의 비율은 수익성이 높은 상품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나머지는 위험성이 낮은 상품에 안정적으로 투자하는 방식을 뜻한다. 한마디로 젊을수록 수익성 위주의 자산에 편중시키고, 나이가 들수록 공격적인 자산을 줄이는 대신 안전자산의 비중을 높이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이다.

둘째, 부동산과 금융상품에 대한 자산 배분과 투자의 비중을 적절히 설정해야 한다. 이 부동산과 금융상품에 대한 포트폴리오는 자금을 장기로 묻어둘 것인지, 혹은 단기적인 관점에 초점을 두고 자금의 수시입출이 가능케 할 것인지의 문제와도 연결된다.

부동산투자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일반적으로 가계자산 중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 반면, 금융자산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아 노후 대비가 취약한 상황이다. 금융투자협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자산은 2012년을 기준으로 금융자산의 비중이 24.9%,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은 75.1%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금융자산 비중이 미국 70.7%, 일본 60.1%, 영국 49.6%, 호주 39.6% 등인 것과 비교할 때 매우 작은 것이다.

셋째, 금융상품 투자의 경우 투자 목적과 기간이 장기투자인지 단기투자인지를 잘 인식하고 판단해서 투자를 해야 한다. 우선, 1년 이내의 단기자금은 수익률보다는 안정성과 유동성을 고려해 위험이 적은 상품을 택하는 것이 적합하다. MMF, RP, CMA 등을 통해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또 투자위험을 고려하여 한곳에 집중투자를 하는 것보다 분산투자가 더 유리하다.

다음으로 중기 목적자금은 내집마련이나 자녀학자금 등 비교적 장기간 투자를 목적으로 하므로, 다소 공격적인 수익형 상품으로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목돈을 일시에 투자하는 거치식 투자인 경우에는 원금손실의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따라서 지나치게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투자위험을 제한하면서도 비교적 높은 투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

한편, 장기 목적자금은 노후 대비를 위한 자금이므로 소득공제나 비과세 혜택이 있는 장기상품이 바람직하다. 갈수록 평균수명은 늘어나는 데 비해 경제활동이 가능한 기간은 늘어나지 않고 있어 노후를 위한 투자와 자산관리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런 목적에 부합하는 금융상품은 장기연금저축이나 보험상품 등이라 하겠다. 물론 보다 구체적인 투자전략은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넷째, 안정성과 수익성에 대한 균형을 잘 살려야 한다. 이는 결국 투자 성향에 따른 투자전략의 문제이다. 우선 ‘원금보장 추구형’ 투자 성향을 가진 사람은 대개 위험에 대한 인내력이 부족하고 원금손실을 매우 꺼린다. 때문에 이들은 수익성은 작더라도 안전성이 있는 상품에 투자를 해야 한다. 그러려면 은행의 정기예금, 증권회사 환매조건부채권, 국채, 일반 회사채처럼 원금손실 우려가 거의 없는 확정금리형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원금보장형과는 정반대의 투자 유형으로 ‘고수익·고위험 투자형’이 있다. 이런 투자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높은 수익률을 위해 위험을 적극적으로 감수하려는 공격성을 띤다. 그러므로 확정금리형 상품투자는 줄이고 주식이나 주식형 펀드처럼 가격 변동 폭이 커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금융상품 비중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펀드에 가입할 때는 주식 비중이 높은 고위험 펀드가 적당하며, 나아가 자산의 일정부분은 펀드 가입을 통한 간접투자가 아닌 직접투자도 고려해볼 만하다. 물론 이 경우에도 수익의 대박만을 노리는 무모한 투기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 이들의 중간 형태를 취하는 ‘균형 투자형’이 있을 수 있다. 이런 투자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약간의 위험은 감수할 의사가 있지만, 원금을 잃을 위험이 있는 투자는 사양한다. 따라서 안정적인 확정금리형 상품과 위험하지만 수익률이 높은 투자형 상품에 각각 절반씩 나누어 가입하는 것이 좋다. 펀드에 가입할 때도 적립식 펀드나 주가연동상품과 같이 중간 수준의 위험펀드로 분류되는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이와 같은 여러 가지의 투자전략들도 실제 자산관리 활동에 도움이 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투자원칙은 과욕을 버리고 정도를 취하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탐욕적인 투기가 아닌 정상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위험을 줄이고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두는 합리적인 자산관리가 될 것이다. 그 결과 꼭 필요한 시기에 또 꼭 필요한 용도에 거둬들인 수익금을 활용할 수가 있을 것이다. 아울러 국가 경제에도 도움을 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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