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함준호, 금융안정 달성 통화정책보단 감독당국 거시정책으로

입력 2017-11-08 15:00 수정 2017-11-0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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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마리 토끼(경기·물가·금융안정) 다잡으려다 다 놓친다..지준금·물가목표 장기화 검토

“금융안정 달성은 통화정책보다는 거시건전성 정책이 일차적인 방어기제가 돼야한다. 거시건전성 정책은 금융불균형이 발생하는 부문에 대한 선별적 대응이 가능하지만, 통화정책 수단인 금리는 모든 경제부문과 주체에 영향을 미치는 무차별적 수단이며 따라서 특정부문에 대한 대응이 경제 전반에 걸쳐 과도한 비용과 부작용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함준호<사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8일 서울 세종대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출입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이같이 말했다. 저금리와 저성장에 따른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로 불거진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 위험을 사실상 금리인상 카드보다는 감독당국의 미시대책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 셈이다. 그가 금통위 의사록에서 밝힌 비둘기 본색을 그대로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그는 금융안정을 위해 통화정책 이외의 수단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우선 중앙은행과 감독당국 간 협의채널을 강화하고 현재 한은이 발표하고 있는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시장 및 경제주체들과 투명하게 커뮤니케이션 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통화정책이 통화량에서 금리로 변경되면서 사문화된 지급준비금 제도와 2~3년 시계로 돼 있는 물가안정목표 시계를 확장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해 함 위원은 “비은행 금융기관이 비핵심조달 수단을 통해 경기순응적 대출을 해나갈 때 지준율을 차등적으로 적용해 경기순응성을 완화하는 것도 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물가안정목표를 법적으로 4~5년으로 연장하자는 것은 아니다”며 “시계열을 늘려 가계부채 변화나 실물·물가를 종합적으로 보면서 통화정책을 펴자는 차원”이라고 덧붙였다.

주요 준거지표 추정에 있어 금융순환의 영향을 반영하는 방식을 도입할 필요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테일러 준칙에서 금융중립적 잠재성장률과 이에 상응하는 금융중립적 실질중립금리와 금융중립적 생산갭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금융안정 상황을 감안한 적정 정책금리 경로를 산출하는 방식도 또 다른 예로 들었다.

함 위원은 현재의 물가와 실물경기, 금융안정 상황에서 통화정책 결정이 쉽지 않다는 점도 털어놨다. 그는 “금리라는 하나의 수단을 보유한 통화당국은 실물경기와 물가 중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나아가 점증하는 금융안정 위험을 더 이상 도외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마디로 정책수단은 하나인데 세 마리 토끼를 쫓아야 하는 형국”이라며 “거시경제 안정과 금융안정 간 발생할 수 있는 상충성 문제를 끊임없이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신중한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함 위원은 “지난 몇 년간 인플레이션이 목표수준을 하회하고 국내총생산격차(GDP갭)도 마이너스(-)를 지속하면서 확장적 거시경제 정책이 요구됐다. 그러나 재정정책의 완화 정도가 미흡한 가운데 거시건전성 규제가 완화되면서 통화정책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지고 가계부문의 부채위험이 확대됐다”고 현재 상황을 평가하면서도 “적절한 정책조합은 재정과 통화정책의 균형있는 완화와 더불어 가계부채의 관리를 위한 선제적인 거시건전성 규제 강화다. 정부의 확장적 재정기조 전환과 주택시장 및 가게부채 종합대책 시행은 다소 때늦은 감은 있으나 바람직한 정책방향”이라고 전했다.

또 그는 “고령화와 생산성 부진 등으로 우리 경제의 장기 자연금리가 하락하는 추세에 있다. 중기시계에서 볼 때 통화완화의 조정경로는 완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 속도는 민간소비의 회복세와 기조적 물가흐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히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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