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사각 ‘C형간염’] 소리없이 찾아오는 ‘침묵의 질환’… 感染되면 40% 肝癌으로

입력 2017-11-09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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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암 사망률 2위를 차지하고 있는 간암의 80%는 B형과 C형간염 바이러스에 의해 발병한다. 2015년 11월 다나의원 C형간염 집단감염 사건은 C형간염 관리에 대한 국민적 경각심과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여전히 C형간염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부족하고 국가 차원의 대책 방안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증상 파악 쉽지 않은데… 감염되면 80% 만성간염 =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한 ‘C형간염 관리대책’에 따르면 2012~2014년 ‘국민 건강 영양조사’를 통해 파악된 국내 C형간염 환자는 약 3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건강보험 통계(2005~2012년)를 통해 4만5000~7만 명만 C형간염 치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약 80%에 해당하는 나머지 23만~25만5000명은 C형간염에 걸린 사실 자체를 모르는 ‘감염병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국민건강영양조사는 샘플조사이기 때문에 실제 환자 수는 30만 명을 훨씬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관리사각 지대에 놓인 환자의 비중이 높은 것은 악화되기 전까지 증상 파악이 쉽지 않은 C형간염의 특성 때문이다.

정부가 올 6월부터 C형간염 확진자에 대한 전수감시(모든 병의원에서 C형간염 환자 발견 시 의무적으로 보건당국에 보고하는 것)를 시작한 가운데, 넉 달 만에 3752명(10월 첫째 주 기준)의 환자가 새로 발견됐다. C형간염은 한 번 감염되면 70~80%가 만성간염으로 진행하고, 이 중에서 30~40%는 간경변증, 간암으로 진행될 수 있다. 현재 치료받지 않고 있는 환자들이 20~30년 뒤 심각한 간질환으로 진행한 후에 비로소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많고, 환자가 인식하게 될 경우 이미 손쓰기 어려운 상황이 대부분이다.

문제는 환자가 C형간염에 감염된 것을 모르고 간경변증·간암까지 병의 진행이 우려되는 것은 물론, 자신도 모르게 남에게 옮길 수 있는 위험이 있어 집단감염 사태 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C형간염은 A, B형간염과 달리 바이러스의 돌연변이가 심해 현재까지 예방 백신이 개발되진 않았다. 하지만 현재 나와 있는 치료제의 효능이 좋아 완치에 가까운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완치율이 99%에 이른다.

◇의료계 “진단 치료 활성화 위해 국가검진 포함해야” = 정부는 올해 1년 동안 C형간염 진료 환자가 많은 고유병 지역(35개 시군구)에 거주하는 생애전환기 검진 대상자(만 44세.66세)의 ‘C형간염 선별 검사’ 시범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C형간염 선별검사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지적하고, C형간염 진단 치료 활성화를 위해 국가건강검진에 도입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최근 대한간학회가 간질환 전문 의료인 119명을 대상으로 C형간염 정책에 대한 의료인 대상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99%는 ‘C형간염 진단검사가 국가 건강검진 항목에 포함돼야 한다’고 답했다. 현재 시행 중인 ‘C형간염 국가검진 시범사업’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89%가 ‘유병률이 높은 지역의 거주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실효성이 낮다’고 응답했다.

C형간염에 대한 국민들의 인지도가 낮은 것도 문제다. 대한간학회와 한국건강관리협회가 4월 17일 ~ 5월 25일 전국 6개 도시(서울, 인천, 대전, 대구, 광주, 부산)의 20세 이상 남녀 건강검진 수검자 600명을 대상으로 대면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39%가 C형간염 바이러스 전염 경로를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응답자 절반 이상은 C형간염 예방접종이 없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또 C형간염은 치료를 받으면 완치가 되는 질환인데도 불구하고 절반 이상인 56%가 이를 모르고 있었다.

응답자 약 80%는 C형간염 항체검사가 국가 건강검진에 포함돼 있지 않다는 사실을 몰랐다. 응답자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준 후 C형간염 항체검사의 국가건강검진 도입이 필요한가에 대해 질문했을 때 82%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이 간암과 간경변증의 주요 발생 원인으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은 음주(79%)였다. 다음으로 흡연(48%), B형간염(39%%), 비만(35%)의 순이었다. C형간염을 꼽은 비율은 27%에 그쳤다.

지난달 열린 간의 날 행사에서 변관수 대한간학회 이사장은 “간암과 간경변증의 주요 원인인 B형과 C형간염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는 아직 낮은 수준”이라면서 “C형간염의 진단 및 치료 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C형간염 항체검사의 국가 건강검진 도입이 필요하며, 많은 간질환 전문 의료인들이 이 점에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올해 1년 시행된 ‘C형간염 선별 검사’ 결과와 질병관리본부에 의뢰한 연구용역 결과 등을 집계해 국가검진 전면 도입 여부 등을 논의할 계획”이라며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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