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정의 인사이트] “중기벤처기업부 장관, 적격은 아니지만…”

입력 2017-11-09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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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2부 차장

“장관이 하루라도 더 빨리 임명되는 게 더 중요할 테죠.”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지금, 중소기업 업계의 솔직한 심경이다. 중기부 장관을 누구보다 손꼽아 기다리는 쪽은 업계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중소기업청이 ‘부’로 승격되면서 가졌던 높은 기대감만큼 장관 공석이 장기화되는 데 대한 업계의 실망감과 혼란도 크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당면한 현안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중소기업 종사자 1400만 명, 소상공인 605만 명, 자영업자 557만 명 등 총 2600만 국민을 책임져야 할 중기부 장관의 장기 부재는 심각한 문제다. 장관 임명이 늦어지면서 넉 달째 중기부 11개 고위·간부직이 비어 있다 보니 중기 지원 정책 추진도 사실상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대통령이 대기업 CEO와의 만남에 이어 중소기업 단체장들과의 자리를 추진했지만, 장관 부재로 모양새가 이상할 수 있어 잠정 중단된 점도 안타까운 대목이다.

과거 홍 후보자는 중소기업의 문제, 대재벌 관계에 있어 소신(所信)을 가진 경제민주화 행보를 보인 바 있다. 또 대선 캠프에서 현 정부의 주요 정책을 만들었고, ‘정무적인 감각이 있는 정치인’ ‘경제전문가 출신’이라는 점에서 중소기업계는 홍 후보자의 지명 초기 환영의 뜻을 표한 바 있다.

그러나 ‘쪼개기 증여’ ‘학벌주의 조장’ ‘딸의 국제중 진학’ 등으로 과거 발언과 배치되는 실제 행보가 연일 드러나면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비판이 거세지자, 중소기업계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주요 의혹들이 명백한 불법은 아니지만, 국민 정서와 상식에 어긋나고 공정·정의사회를 지향한다는 이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과도 맞지 않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한 중소·벤처기업 관련단체 관계자는 “하루라도 빨리 중기부 수장의 공백이 메워지려면 이번에야말로 임명이 이뤄져야 하지만 석연찮은 기분은 가시질 않는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청와대 인사 시스템이 정말 문제인 듯싶다”면서 “제대로 검증이 된 후보자인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러한 논란에도 지금의 여론은 장관 공백을 메우는 것이 우선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정부 출범 6개월이 지나도록 내각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지 못하고 있는 데 따른 우려가 너무 큰 데다, 청문회와 장관 후보자 검증에 대한 국민의 피로도도 쌓일 만큼 쌓여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설령 국회에서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하더라도, 홍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의혹에 잘 대응한다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수순으로 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그러나 ‘울며 겨자 먹기식’이라는 찜찜한 마음은 여전히 지울 수 없다. 불법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해서 도덕성이 부족한 인물이 ‘적격’이라는 얘기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하루빨리 인사시스템을 정비해 다시는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최근 운영위원회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약속한 대로 인사검증 사전질문서 항목 공개부터 첫걸음을 떼야 한다. 카리스마 있는 ‘리더십’ 못지않게 의견을 모으는 ‘팔로우십’도 중요하다고 했다. 청와대 인사검증팀에 지금 가장 필요한 덕목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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