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장은 작은 움직임에도 크게 반응하는 매우 민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일 미 증시가 투자의 귀재 워렌버핏이 채권보증업체들(모노라인)을 상대로 8000억달러의 지방채 재보증을 제안했다는 소식으로 상승했지만, 국내증시는 이에 맥없이 무너졌다.
그 보다는 오늘 밤 미국에서 발표되는 1월 소매판매지수와 내일 옵션만기일에 더 민감한 상황이다.
소매판매지수는 미국의 소비둔화를 알 수 있는 경기지표이기 때문에 민감해 지지 않을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설 연휴동안 미국에서 발표된 ISM비제조업(서비스업) 지수로 인해 주가가 폭락한 것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되는 지점이다.
게다가 내일은 옵션만기일을 앞두고 있다. 최근의 급격한 변동성에 익숙해진 증시가 옵션만기일의 영향을 받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알겠지만, 외국인들의 대규모 매도 등 수급의 불균형과 심리적 불안감 등으로 지수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오늘만 하더라도 외국인들은 2500억원 이상의 매도공세를 펼쳤으며 줄곧 코스피 시장에서 매수세를 보이며 지수를 받쳐줬던 연기금이 순매도로 전환한 점은 절대 좋은 징후로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현 지수대가 분명 싼 구간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과거 경험으로 봤을때도 2004년 4월 중국쇼크와 2006년 5월 버냉키 쇼크 때 주가는 고점대비 15% 이상 급락 후 바닥을 다졌다.
지금 증시는 경기침체 우려로 주가 반등이 꺾인 지난해 12월 이후 16% 정도 하락한 상태다.
따라서 기술적 관점에서 현 시점을 바닥이라고 봐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시장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기 보다는 좀 더 장기적인 안목으로 바라보면, 지금 시장은 여간 매력적이지 않다.
미래에셋증권 이재훈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12월 1953포인트와 1월말 장중 저점인 1578포인트를 비교해 보면 코스피는 19% 이상 조정을 받고 있다"며 "과거 중국쇼크나 버냉키 쇼크때 20% 가까이 하락 후 바닥을 형성했던 경험을 적용하면 지금 국내 증시는 이미 바닥에 근접해 있다"고 판단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이제 반등의 모양이 관건"이라며 "현재 코스피가 장기 추세선에 근접하며 그 기로에 서 있지만 매크로 관련 돌발 악재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반등의 모양은 2006년과 유사한 기간조정, 즉 짧은 기간조정 후 추세에 따라 반등하는 형태를 띨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따라서 이 애널리스트는 "당분간 미국의 경기침체 논란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지만, 미국 경기지표가 부진하게 나와 국내 증시가 추가 하락을 경험하더라도 바닥에 대한 기대수준을 크게 양보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엿다.
현대증권 김영각 애널리스트는 "오늘밤 발표 예정인 미 소매판매 결과가 시장의 예상대로 더욱 악화될 것인지, 아니면 결과가 부진하긴 하지만 심정적인 하락 폭에는 미치지 못할지 불확실하지만, 이미 미 경제지표의 부진이 기정사실화되고 있어 소매판매 결과의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그는 "국내적으로는 옵션만기일이 예정돼 있지만, 옵션 연계물량이 거의 없다는 측면 역시 증시에 미칠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김 애널리스트는 "비록 지수의 등락은 거듭될 수밖에 없겠지만 최근 주식시장이 보여주고 있는 종목별 약진 현상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고, 지수 측면에서도 가격메리트를 느끼게 하는 지수대임은 분명해 보인다"고 봤다.
하지만 그는 "아직은 지수를 보고 시장에 접근하기 보다는 개별 호재를 보유한 종목 위주의 시장 접근이 안정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