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 억만장자 기업가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대통령이 되고나서 다른 기업가들이 그 선례를 따를 것이라는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과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특히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특히 슐츠 회장은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주최한 ‘딜북(Dealbook)’ 콘퍼런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세제개혁을 강하게 비판해 오는 2022년 대선 출마설에 다시 불을 지폈다. 정치에 그토록 높은 관심을 보이는 슐츠가 자신의 식견을 펼칠 수 있는 최고의 자리인 미국 대통령에 도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슐츠 회장은 이날 “공화당의 세제개편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이는 세제개혁이 아니라 단지 감세에 불과하다”며 “그러나 많은 미국인이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상황에서 ‘주식회사 미국’이 세금을 덜낼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교육과 더 나은 헬스케어 등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슐츠 회장이 다시 정치인으로 변모하려는 듯한 인터뷰를 했다며 그는 계속해서 인터뷰와 연설, 에세이 등을 통해 자신의 부인할 수 없는 정치적 야망을 표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슐츠 회장은 이날 “나는 대선에 출마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재차 부인했으나 “미국과 우리가 나아가는 방향에 대해 걱정하며 수백만 미국인이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못하는 현실을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커버그는 연초 올해 목표는 미국 50개 주를 돌면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라고 밝혀 대선 출마설에 휘말렸다. 또 그는 지난 9월 민주당 대선 유세에 참가했던 선거 전문가들을 잇따라 영입해 이런 관측에 더욱 불을 지폈다.
다만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이 러시아 게이트에 휩싸이면서 발등의 불이 떨어진 상태다. 그가 실제로 정치에 나서면 페이스북이 지난해 대선에서 러시아에 이용됐다는 사실이 두고두고 발목을 잡을 전망이다.
한편 미국프로농구(NBA) 댈러스 매버릭스의 괴짜 구단주로 유명한 마크 큐반은 슐츠, 저커버그와 달리 자신이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는 의향을 털어놓았다.
트럼프가 리얼리티 TV 쇼 어프렌티스에서 “너는 해고됐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며 유명세를 떨친 것과 마찬가지로 큐반은 ABC방송의 인기 창업 오디션 프로그램 ‘샤크탱크’의 패널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이날 딜북 콘퍼런스에서 “솔직히 말하자면 대선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 다만 여전히 가족들이 반대하고 있어 이를 미루고 있지만 아직 시간은 많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와 직접 대결하기 위해 공화당원으로 출마하거나 무소속 후보로 나설 수 있다”며 “그러나 민주당에서 출마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들 세 명 모두 트럼프에게 비판적이지만 역설적으로 새로운 기업가 출신 대통령 탄생은 트럼프에게 달렸다는 평가다.
예를 들어 경제와 금융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트럼프는 반(反) 이민정책과 러시아 게이트 등 각종 논란으로 정작 자신의 국정 지지도는 바닥을 기고 있다. 그만큼 슐츠와 큐반 등이 대선에 출마할 여지가 생기는 셈이다.
반면 다음 대선까지 이런 호황이 이어지지 않고 오히려 새 경제위기가 닥치면 기업가 출신 대통령에 대한 불신과 거부반응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