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분양제 시행 쉽지 않을 듯

입력 2017-11-13 08:29 수정 2017-11-17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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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업체는 물론 국회ㆍ국토부 등도 추진 의지 희박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아파트 후분양제 시행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주택 관련 업계 반발이 심하고 특히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탐탐치 않게 여기는 분위기여서 그렇다. 국토부 산하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후분양제가 본격 시행될 경우 존립 기반이 무너질 판이어서 반대가 강하다. HUG는 아파트 분양 보증 등을 통해 받는 수수료로 회사를 운영하는 구조여서 후분양제가 도입되면 심한 타격이 불가피해진다.

그래서인지 HUG는 후분양제를 도입하면 분양가가 최대 7.8% 오를 수 있어 소비자에게도 이득이 되지 못한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내 놓아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 보고서는 정동영의원으로부터 “금융권 조달금리를 실제보다 부풀려 분양가가 대폭 높아지는 것처럼 호도하면서 후분양제 흔들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개발사업의 자금관리나 사업대행(PM)이 주요 영업인 부동산신탁사들도 같은 처지다. 후분양제는 주택을 다 완공한 후 판매를 하는 방식이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공사 도중에 벌어지는 사업자 리스크는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리스크 보증이 필요없게 된다는 소리다. 소비자는 일반 공산품처럼 완성품을 관찰해보고 문제가 있으면 집을 안 사면 그만이다. 선분양제에서는 미리 분양대금을 내는 형태여서 일이 잘 못될 경우 돈을 떼이기도 한다. 이런 소비자 리스크를 없애주는 명목으로 HUG나 부동산신탁사 등이 등장했다. 리스크 관리 비용은 당연히 분양가에 전가돼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왔다.

후분양제가 시행되면 리스크 관리 비용은 없어지지만 대신 관련 업체의 일감이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때 HUG로부터 소소한 지원을 받는 주택관련 학회ㆍ연구기관 등도 후분양제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후분양제를 적극 찬동해야 하는 국토부가 반대 입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국토부로서는 주택업계를 비롯해 관련 산업이 팡팡 잘 돌아가야 입지가 강화되고 예산배정도 많아진다. 또 HUG와 같은 산하 기관이 없어질 경우 퇴직 공무원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업무 영역 축소도 감수해야 한다. 국토부로서는 이런 점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후분양제를 전면 도입하기에는 기업·소비자의 준비과정이 필요하다”며 “우선 공공부문부터 단계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공부문은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 후분양제는 민간 주택건설시장 개선을 위해 필요한 제도다. 지금까지는 주택공급 촉진 때문에 선분양제를 허용했다 쳐도 이제는 고가인 주택을 선금까지 내고 구입해야 할 이유가 없다. 공급도 어느정도 충족됐으니 소비자 중심의 시장구조로 바꿔야 한다는 소리다.

그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주택업체 편인 듯하다. 국토부 장관이 민간부문 주택에 대한 후분양제 시행에 대해 명확한 계획을 제시하지 않는 것을 보면 이번에도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로 끝날 것 같다.

국회 내에서도 국민의당 말고는 대개 후분양제 도입을 탐탐하게 여기지 않는 눈치여서 관련 법 개정안 통과는 불투명해 보인다.

반면에 경제실천시민연합회(경실련)를 비롯한 소비자단체에서는 후분양제 도입을 적극 주장하는 입장이다.

경실련 측에서는 후분양제가 시행된다고 해서 분양가는 별로 높아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대출 주체가 기업·개인 누구든 간에 금융비용은 별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HUGㆍ부동산신탁사에 나가는 수수료가 없어져 원가가 더 줄어들 여지도 있다.

주택업체의 사업자금도 지금처럼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로부터 조달하는 형태가 그대로 유지돼 자금부족으로 주택을 짓지 못하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는 게 경실련의 진단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정부와 국회가 후분양제 시행을

계속 미룬다면 소비자보다 관련 업체를 더 챙긴다는 비난을 받을지 모른다.

사실 건실한 주택업체 입장에서는 후분양제가 나쁘지

않다. 요즘 금융권 분위기가 서로 돈을 빌려주려고 하는 처지여서 신용이 있는 업체라면 사업자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판매시점의 시장 상황을 감안해 분양가를 책정하는 구조여서 손해볼 게 없다.

게다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주택관련 업체가 정리되면 알짜 업체로서는 그만큼 시장 점유 비율도 높아진다.

후분양제는 지난해 12월 국민의당 정동영의원이 주축으로 한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는 상태다.

물론 후분양제는 이번에 처음 거론된 것은 아니다. 분양권 불법 전매 등과 같은 투기가 극심하게 벌어지거나 공사 부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시행 여론이 높아졌으나 그때마다 주택업체 등의 반대에 부닥쳐 성공을 보지 못했다.

이번에도 화성 동탄2 신도시에서 부영 아파트 부실시공 사건이 시발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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