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성예금증서(CD)91일물 금리가 국고채 금리보다 낮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과 미 연준(Fed)의 추가금리 인상 가능성이 불거지며 시장이 출렁였던 지난해말 이후 1년만이다.
이에 따라 CD와 국고채간 금리차는 마이너스(-) 0.6bp(1bp=0.01%포인트)로 역전됐다. 이같은 역전은 작년 11월30일(-0.6bp) 이후 1년 만에 최저치다.
이같은 역전은 비정상이다. 국가의 신용을 반영하는 국고채 금리가 은행의 신용을 반영하는 CD 금리보다 높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CD금리의 비정상은 시장왜곡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CD금리는 최근 코픽스(COFIX)금리에 자리를 많이 내주긴 했지만 여전히 은행 가계대출금리의 기준금리로서 역할을 하는데다 이자율스왑(IRS) 시장의 준거금리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역전은 그해 11월9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예상 밖으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서 시장금리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그해 11월24일 -10.1bp까지 역전됐었다. 이후 국민연금의 자금집행 대기설과 장병화 한국은행 부총재의 채권시장 안정 언급 등에 힘입어 정상화 수순을 밟았다.
최근의 역전은 11월 한은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기정사실화하면서 시장금리가 급등한 때문이다. 앞서 10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6년1개월만에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나온데다 최근 공개된 10월 금통위 의사록에서는 사실상 인상을 주장하는 금통위원이 3~4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반면 CD금리의 경직성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 전날 오후 CD91일물 금리와 만기가 같은 통안채91일물 입찰에서 낙찰금리는 1.500%를 기록했다. 이는 이날 오전 고시된 CD금리보다 9bp(전일 고시금리대비 10bp) 높은 수준이지만 끝내 오후 CD금리 고시에서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
CD금리는 10개 CD고시회사가 금투협에 하루 두 번 금리를 제출하고, 금투협은 상하단 금리를 제외한 8개사의 평균을 산출해 고시한다. 통상 AAA등급 시중은행들의 CD발행 금리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반영하고 있다. 또 시장에서의 유통금리나 유사만기 금리 내지 한은 기준금리 등까지 반영해야 한다. 하지만 과거 금융당국이 금리인상기에 CD금리를 인위적으로 눌렀던 기억, 공정거래위원회에서 CD금리 담합 조사에 나섰던 경험, CD고시에 따른 메리트 부재 등에 따라 CD금리가 시장금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한 채권시장 참여자는 “현 시장상황을 감안하면 CD금리는 1.60% 정도는 돼야 정상이다. 유통물이라도 정상적으로 거래되면 시장이 최대한 반영시킬 것 같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만기물이 잘 유통되지 않고 있어서다”며 “이대로 갈 경우 이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 번에 다 반영할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