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외국인 혐오증, 인종차별주의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특히 필리핀, 베트남 등의 국가에서 태어나 우리나라로 건너와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린 이들, 그리고 그 자녀는 같은 국민임에도 아직 불편한 시선에 갇혀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07년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을 만들어 ‘다문화에 대한 이해증진’을, 이듬해엔 ‘다문화가족지원법’을 제정해 ‘다문화가족에 대한 이해증진’을 명기하는 등 다문화가정에 대한 경제적 지원과 함께 인식 개선 작업을 꾸준히 벌여왔다. 하지만 차별과 편견은 견고한 벽처럼 그대로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4월 발표한 ‘2015년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전국 다문화 가구 수는 27만8036가구로 2012년에 비해 4.3% 증가했다. 그런데 조사에 응한 다문화가정 자녀 중 77.9%는 다문화가정 자녀라는 이유로 차별과 무시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10명 중 8명이 단지 다문화가정 자녀이기 때문에 고통을 겪었다는 얘기다.
주목할 점은 다문화가정 자녀 중 6세 미만 미취학 아동이 2015년 기준 약 12만 명에 달해, 향후 학교에 진학하는 다문화가정 자녀가 급격히 증가한다는 점이다. 2009년 6015명으로 전체 학생의 0.35%였던 다문화 학생은 매년 그 숫자와 비율이 증가해 2015년엔 8만2536명으로 전체 학생의 1.35%를 차지했다.
이들은 학교에 진학한 후 어휘력이나 독해력, 읽기 능력이 상대적으로 낮고, 학교 진도를 따라가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또 다른 차별과 무시를 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교육부도 매년 다문화가정 자녀 교육 지원 계획을 수립·추진하고 있지만, 다문화 학생의 학업 중단 수는 2012년 461명에서 2014년 688명으로 증가세다. 자라나는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편견과 차별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교육 부문에서부터 더욱 정교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다행스러운 건 다문화가정 자녀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 3월엔 다문화가정 아동 및 청소년의 교육 현황과 일반 아동·청소년의 인식 실태조사를 시행해 교육시책에 반영토록 하는 내용의 다문화가족지원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올 국정감사에서 다문화가정 자녀의 교육 문제를 거론한 자유한국당 윤종필 의원은 “상처받기 쉬운 어린아이들부터 혐오와 차별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며 “학업에 지장을 받지 않도록 맞춤형 교육방안이 마련돼야 하고 지원센터도 연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다문화가정 자녀와 식구부터 우리와 하나의 공동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며 “안에서부터 따뜻한 손을 내밀지 않으면서 어떻게 나라와 나라가 교류를 활성화하자고 말할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