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주 대분석] 아이엔지생명, 생보株 잔혹사 마침표…상장 반년간 수익률 ‘52%’

입력 2017-11-14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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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2배인 4.4% 배당 정책이 주효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생명보험사 IPO(기업공개) 잔혹사’라는 말이 통용돼 왔다. 2009년 동양생명의 첫 상장 이후 내로라하는 생명보험사들도 증시에 입성하기만 하면,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아서 생겨난 말이다. 그나마 삼성생명의 주가가 올해 초 공모가 11만 원을 넘기면서 체면치레를 했지만, 이는 삼성전자 주가가 수직상승하면서 보유 지분의 가치가 부각된 영향이 큰 게 사실이다.

아이엔지(ING)생명이 증시 상장을 준비할 때도 회의적인 시선이 많았다. 보험업계에 대한 증권시장의 평가가 좋지 않은 시점에서 IPO 성공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기우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올해 5월 상장한 아이엔지생명의 주가(11월 10일 종가 기준)는 공모가 대비 52.12% 올랐다. 2009년 동양생명 이후 이어진 생명보험사 ‘상장 징크스’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생보사 첫 IPO 성공…골칫거리에서 효자로 = 아이엔지생명은 1991년 9월 네덜란드생명보험 한국 현지법인으로 설립돼 1999년 지금의 이름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2008년에는 생명보험업계 4위까지 성장했지만 금융위기 이후 흔들리기 시작했다. 2012년부터는 매각 절차를 시작했고 2013년 국내 대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인수했다.

한때 아이엔지생명은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골칫거리였다. 1조8400억 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인수했지만, 투자금 회수가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당초 MBK파트너스는 매각을 추진했다. 하지만 보험업계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데다, 금리상승에 따른 수익성 우려가 제기됐다. 매수 의사를 보이던 중국 자본은 지난해 사드(THAAD) 배치 국면 속에 태도를 바꿨다.

매각 협상이 여의치 않다고 판단한 MBK파트너스는 아이엔지생명을 상장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IPO역시 쉽지는 않았다. 한국거래소가 사모펀드가 최대주주인 기업에 보수적인 태도를 갖고 있었다. 3만3000원의 공모가에 대한 고평가 논란도 제기됐다. 앞서 상장한 4개 생명보험사와 마찬가지로 아이엔지생명의 주가도 상장 후 뒷걸음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5월 11일, 우여곡절 끝에 아이엔지생명이 코스피시장에 입성했다.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상장이라는 평가다. 거래소는 국내 자본시장이 예전보다 성숙했다는 판단에 빗장을 풀었다. 주가는 상장 6개월 만에 공모가 대비 52.12%(11월 10일 종가 기준) 올라 고평가 논란도 말끔히 해소했다. 시장에서는 아이엔지생명을 ‘생명보험사의 유일한 IPO 성공 사례’라고 평가하고 있다.

아이엔지생명은 사모펀드가 코스피 IPO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한 국내 첫 사례로도 남게 될 전망이다.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상장 과정에서 40.85%의 지분을 매각해 이미 1조1000억 원 규모의 투자금을 회수했다. 현재 MBK파트너스가 보유한 아이엔지생명의 지분 가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빼도 2조4000억 원 이상이다. 향후 잔여지분을 순조롭게 매각한다면 ‘대박’ 투자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크다.

◇높은 배당률과 실적에…주가 상승 ‘~ING’ = 사실 아이엔지생명의 주가가 상장 직후부터 양호한 흐름을 보인 것은 아니었다. 상장 첫날, 주가는 공모가보다 4.2% 낮은 3만1600원에 마감했다. 매수 의견을 내놓은 증권사도 한 곳에 불과했다. 기존 생명보험사들의 전례를 밟는 듯 했다.

주가 흐름을 반전시킨 계기는 사모펀드가 최대주주라서 가능한 고배당 정책이었다. 지난 7월 아이엔지생명의 중간배당은 주당 700원(총 574억 원 배당), 주가 기준 배당수익률은 4.4%로 업종 평균의 두 배에 달했다. 내친 김에 2019년까지 중간배당과 기말배당 등 연간 두 차례에 걸쳐 순이익의 50% 이상을 주주들에게 배당하겠다는 약속도 내놨다. 상장 후 한 달여간 박스권을 맴돌던 주가는 중간배당을 앞둔 6월 중순 이후부터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업계 대비 양호한 실적도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탰다. 아이엔지생명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7% 늘어난 1814억 원을 기록했다. 자산은 지난 6월 말 기준 31조2199억 원이다. 1년 전보다 1.6% 늘어난 수치다. 탄탄한 보험설계사 조직을 기반으로 두고 상품판매채널을 방카슈랑스와 보험독립대리점(GA) 등으로 확대한 성과가 나타났다는 평가다.

이익 성장은 자본력 확대와 배당 확대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주가 흐름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김진상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이엔지생명은 풍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고배당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며 “생보업계 이차역마진 이슈에서도 자유로워 안정적인 보유가치 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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