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호의 세계는 왜?] AI 부작용 극복 해답은 ‘인문학’

입력 2017-11-15 10:39 수정 2017-11-15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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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경제부 차장

인공지능(AI)이 발전하면서 이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그리고 이를 극복할 해답으로 인문학이 주목받고 있다.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과 미국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 등 저명인사가 AI의 발전에 따른 인류 종말을 연일 경고하고 있다. 통제되지 않은 AI가 킬러 로봇 등 인류에 파멸적인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AI에 의해 운영되는 페이스북의 광고 게재 시스템이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러시아의 개입을 용인하면서 AI가 가짜 뉴스와 거짓 정보를 확산시켜 민주주의를 붕괴시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에 AI 종말론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들도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대책은 언제라도 AI를 끌 수 있는 ‘킬 스위치’ 도입이나 인간 모니터링 요원 확대 등 피상적인 방안에 그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AI를 선도하는 실리콘밸리의 기업가와 과학자들이 AI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한층 발달시킬 수 있는 열쇠로 인문학을 주목하고 있다.

구글은 7월 ‘페어(PAIR)’라고 불리는 새 AI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바로 AI에 인문학적인 성찰과 상상력을 입히겠다는 것이다. AI 자체도 결국 사람을 돕기 위한 도구인 만큼 인간에 대한 이해가 전제 조건으로 깔려야 하며, 이것이 바로 AI의 부정적인 영향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구글은 본 것이다.

다만 AI에 따른 종말을 막기 위해 인문학이 도입돼야 한다는 논의는 보통 사람에게는 너무 거창한 이야기일 수 있다. 당장 먹고살기에도 바빠 죽겠는데 머나먼 미래를 걱정해야 할 여유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렇다면 AI가 초래할 고용 대란으로 한번 눈을 돌려 보자. 세계경제포럼(WEF)은 AI 영향으로 2020년까지 전 세계에서 5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불안과 초조는 인문학의 입지를 갈수록 좁게 하고 있다. 인문학 전공자들이 급격히 줄어들고 폐강 사태가 속출하는 반면, 이공계와 경제학 등 실용 학문 인기가 갈수록 커지는 것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투자자들이 인문학 전성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AI가 인문학 일자리를 고사시키는 것이 아니라 더욱 늘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프로농구(NBA) 댈러스 매버릭스의 구단주이자 실리콘밸리 투자자인 마크 큐반은 2월 한 콘퍼런스에서 “앞으로 10년간 공학보다 인문학에 더 큰 수요가 있을 것”이라며 “그동안 축적된 데이터를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으며, 자유로운 사고가 가능한 인문학적인 인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영문학과 철학 등을 AI 시대의 유망 전공으로 꼽기도 했다.

구글 이사를 지낸 데이먼 호로비츠는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하고 싶다면 인문학 박사 학위를 받아야 한다”며 “‘인간과 기술이 상호 작용하는 방식을 어떻게 AI가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인문학적인 소양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AI가 비판적이고 창의적이며 윤리적인 기술로 발전하려면 인문학과의 융합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코딩 교육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한다. 부모들이 AI 시대 자녀들의 취업을 보장할 수 있는 보증수표로 코딩을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래를 내다보면 오히려 자녀들에게 인문학 고전을 읽히는 역발상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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